"탄핵 무산될까 대법원장이 사표 반려"..국민의힘, '맞불 탄핵' 명분쌓기

노현웅 2021. 2.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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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의를 반려하면서 “국회가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법원이)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법관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5월22일 대법원에서 무슨 일이?

임 부장판사 쪽 변호인은 3일 언론이 입장문을 배포해 “임 부장판사는 2020년 5월22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면담하기 직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대법원장 면담 직전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이를 보고했고, 대법원장과 면담하면서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고했다”며 “당시 대법원장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수리 여부는 대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가 사의를 밝히기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과 만난 면담 자리에서 김 대법원장이 국회 탄핵을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이날 오후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입장문에서 “지난해 5월 말 임 부장판사의 요청으로 김 대법원장과 면담을 했다”면서도 “주로 건강문제와 신상에 대해 얘기를 했고,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보도를 부인했다. 4일로 예정된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을 앞두고, 법관 임명권자와 탄핵 대상자의 진실 공방이 벌어진 셈이다.

국민의힘, 대법원장 탄핵 명분쌓기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추진이 집권 여당의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이야말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당초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이런 ‘맞불 탄핵’이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라는 지적에 신중론으로 돌아선 바 있는데, 진실 공방이 불거지자 재차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론’ 쪽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되어야 한다> 성명을 내어 김 대법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사법부의 중립과 독립을 오롯이 지켜내야 할 사법부의 수장이 이제는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 자격이 없고 당장 사퇴해야 한다”며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위상을 급속하게 추락하게 만든 장본인이므로 오늘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 바라며, 만일 거부한다면 탄핵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이수진 당선인, 20대 당시 박주민 의원 등 몇 분이 법관 탄핵에 대한 발언을 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면담이 있었던 2020년 5월 당시는) 그게 국회 차원에서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공론화된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사표를 반려했다는 것은, 민주당과 대법원장이 향후 있을 법관 탄핵에 대해 교감이 있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은 “면담이 이뤄진 지난해 5월은 임 부장판사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이 선고된 상태였다”며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무죄 사건에 대해서 탄핵 사유가 있다고 봤다는 것 자체가 법원의 독립성을 지켜야 할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지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의결 이전에 이런 현안에 대한 법사위 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제안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에 4일로 예정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 의결에 앞서 ‘진실 공방’을 법사위에 회부할 것인지 별도 제안 설명과 의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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