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표현' 홍남기에 與 부글.."文정부 사람 망각 말아야"(종합2보)

윤해리 2021. 2. 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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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재정 주인은 국민..국민 필요하면 쓰는 것 당연"
與 "4차 지원금 재원 확보, '강한 리더십'으로 관철시켜야"
비공개 최고위서 즉각 사퇴 요구도.."곳간지기 자격없다"
홍남기 "하고 싶은 말 SNS에 절제해서 잘 표현했다 생각"
당 내부 여전히 불만.."상당히 부적절" "정치인 아니잖나"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진형 윤해리 김남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재정당국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당의 4차 재난지원금 지원 대책에 대한 반기를 굽히지 않으며 오히려 "절제된 표현"이었다고 각을 세우자 민주당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부총리 사퇴 요구가 제기된 데 이어 개별 의원 차원에서도 "곳간지기 자격이 없다", "문재인 정부 사람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등 성토가 이어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코로나와 방역 조치가 길어지면서 서민의 삶이 더 무겁게 짓눌리고 있다"며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때가 됐다. 재정의 주인은 결국 국민이다.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하다면 재정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전날 홍 부총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구상에 대해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기를 들자, 이같이 당의 입장을 거듭 확인시킨 것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분권특별위원회(위원장 홍영표) 발대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참석자들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3. photo@newsis.com


염태영 최고위원은 "홍남기 부총리가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논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감정이 묻어날 정도로 여당 대표의 의견을 반박한 건 부적절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4차 재난지원금 추경에 필요한 재원 확보는 이 대표가 앞장서고 당 지도부가 함께 나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반드시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홍 부총리가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다. 그래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 전반적인 의견은 "정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당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본질이고 중심"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자칫 당정간 재난지원금 논쟁이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로 비화돼 추경 재원 확보에 대한 논의 초점이 흐려지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날 본회의 참석차 국회를 찾은 홍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이 대표의 연설은 제가 공직생활하면서 가장 격조있고 정책콘텐츠가 충실하고 탄탄한 연설이었다"고 한발 물러선 뒤 "다만 재난지원금과 추경과 관련해서 대표님 말씀 중 정부와 좀 다른 이견사항이 국민들에게 확정된 것으로 (잘못) 전달이 될까봐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을 SNS에 절제해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 사퇴 요구가 나온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3. photo@newsis.com

이같은 홍 부총리의 해명에도 민주당 내부는 여전히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최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이 끝난 뒤 홍 부총리의 '절제된 표현'이었다는 발언에 대해 "그렇게 보지 않는 분도 꽤 많이 있다"며 "발언 형식이나 내용이 상당히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당 내 분위기를 전했다.

추후 홍 부총리 설득 방안에 대해선 "정부 재정의 필요성, 예산 확보의 절박성 등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관철시켜나가자는 것이 오늘 최고위의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개별 의원들 차원에서는 홍 부총리 사퇴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민의 피눈물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자격이 없다"며 "기재부는 전쟁이 나도 재정건전성만 따지고 있을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인식이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4선의 우원식 의원은 "어제 홍 부총리의 대응은 매우 부적절하다. 예산부처 본연의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개인SNS를 통해 집권당 대표에게 반발하는 식의 의견 표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홍 부총리는 기재부 선발 대표선수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께서 기재부에 일하러 보낸 문재인 정부 사람임을 망각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두관 의원도 "집권여당의 당 대표가 신년 연설을 통해 밝힌 대원칙을 이런 식으로 반대하는 것은 당정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당정은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의 시기와 규모에 대해 시급하게 이견을 좁혀, 국민들께 분명한 원칙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일영 의원은 "홍 부총리 반응은 극히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 등에 국정현안 언급을 하는 정치인의 자리에 있지 않다"며 "국정 무게가 가벼워지고, 국민 불안만 가중된다. 결정적으로 신뢰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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