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9일 만에 한국 선원 석방한 결정적 이유는

조영빈 2021. 2. 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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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한국 국적 화학물질운반선 한국케미호 선원 대다수를 전격 석방한 것은 대(對)이란 제재 완화 기대감과 더불어 동결 자금 문제를 풀겠다는 한국 정부의 강한 의지 표명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전반적으로 분담금을 (동결 자금으로) 낸다는 것은 (미국과) 협의가 끝났고 기술적 부분의 협의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란은 자신들이 내야 할 1,625만 달러(180억원) 가량의 유엔 분담금을 한국이 대납할 것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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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완화·동결 자금 해제 기대감
이란이 환경 오염을 이유로 나포한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 선원들의 출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나포 후 이란항을 향하는 '한국케미'호가 CCTV에 찍힌 모습. 연합뉴스

이란이 한국 국적 화학물질운반선 한국케미호 선원 대다수를 전격 석방한 것은 대(對)이란 제재 완화 기대감과 더불어 동결 자금 문제를 풀겠다는 한국 정부의 강한 의지 표명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측 유엔 분담금 대납 방안이 진전된 것은 물론, 인도적 지원 재개로 양국 간 신뢰감을 다시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이란의 선원 석방 결정 배경과 관련, "지난달 최종건 1차관의 이란 방문 이후에도 14차례 가량 외교적 소통이 있었다"면서 "동결 자금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우리 정부 의지가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날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차관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의 통화에서 "선장을 제외한 선원들에 대한 억류를 우선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 선장 1명과 선박 자체는 잔류한 가운데 한국인 4명을 포함한 선원 19명이 일단 석방됐다. 지난 달 4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지 29일 만이다.


유엔 분담금 대납 진전...인도적 지원도 껑충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달러(약 7조 6,000억원)를 돌려줄 것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 등을 활용해 동결 자금으로 의료 물품을 구매하는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미국과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결 금액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유엔 분담금을 대납하는 방안은 진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전반적으로 분담금을 (동결 자금으로) 낸다는 것은 (미국과) 협의가 끝났고 기술적 부분의 협의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란은 자신들이 내야 할 1,625만 달러(180억원) 가량의 유엔 분담금을 한국이 대납할 것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달러화 대신 제3국 통화로 이란 측 분담금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인도적 지원이 되살아나고 있는 점도 한국에 대한 이란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한창이던 지난해 5~11월 사이 인도적 지원 규모는 130억원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달 간 인도적 지원 규모는 256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억류 장기화 부담도 느낀 듯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제재가 곧 완화될 것이란 이란의 기대감이 커진 덕도 있다. 대선 후보 시절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JCPOA 재협상 움직임이 가시화하면 제재로 묶인 한국 내 자금도 결국 풀릴 것이란 이란 측 기대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 등 외국인 선원을 장기 억류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감도 선원 석방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선박 나포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라며 동결 자금 문제와 연관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석원 억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성 제스처로 해석될 여지가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 정부로서도 국민이 억류된 상황에서 동결 자금을 보낼 경우 자칫 '몸값 지불'로 비칠 수 있는 외교적 부담이 있다. 결국 동결 자금 문제 해소를 위해서라도 선원을 석방하는 게 낫다는 양국 간 공감대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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