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대출 조이자..카드·저축銀 대출 받으며 다중채무자 전락
제2금융권 공격적으로 마케팅
작년 카드론 18% 늘어 12조
◆ 다중채무 500조 경고등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은행이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줄이거나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아 문의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에서 받는 대출액이 줄면서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카드론 등을 문의하는 글도 상당수다. 최근 정부가 수차례 급증하는 신용대출에 경고장을 날리자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낮추고 금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는 신규 취급액 기준 연 2.79%다. 지난해 8월(연 2.55%)보다 0.24%포인트나 올랐다. 은행 신용대출이 규제로 쪼그라든 와중에 다른 금융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해 '마이너스 카드'를 출시한 카드사들이 대표적이다. 마이너스 카드란 마이너스 통장처럼 약정 기간 정해진 한도에서 자유롭게 돈을 쓰고 빌린 돈에 대해 이자를 내는 상품이다.
30대 직장인 박 모씨는 최근 들어 A카드사에서 "마이너스 카드 한도를 받아 놓으라"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받았다. 연 7% 이자에 최대 1000만원 한도로 대출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했는데 한도가 안 나왔다"며 "은행 금리보단 비싸지만 필요할 때만 꺼내 쓸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12조686억원으로 전년(10조2371억원)보다 17.9%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저축은행 여신 잔액(말기 잔액)은 76조3286억원으로 전년(64조4096억원)보다 18.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가 13.4%, 신협이 10.9% 각각 증가했다. 제2금융권 여신 중에선 가계대출이 대부분이고, 기업대출 중에서도 절반이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특히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신용대출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새마을금고 신용대출 잔액은 2019년 4조8672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3589억원으로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협의 신용대출은 3조7691억원에서 3조9236억원으로 5% 늘었다. 신협과 새마을금고 대출의 90% 가까이가 담보대출인 점을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정부가 고강도 신용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대출 수요자가 제2금융권으로 더욱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 소속 박사는 "금융의 기본이 잘 갚을 수 있는 사람한테 빌려주는 건데 현재 정부 정책은 희한한 메커니즘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도가 좋은 차주의 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높이는 정책으로 금융 소비자가 비싼 금리를 내고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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