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상장사 15%만 허용할 듯..일단 코스피200 종목부터
나머지 종목, 기한없이 금지
30% 허용 홍콩보다 더 조여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와 병행
개인 공매도 투자한도는 차등
첫 투자땐 3000만원으로 제한
외국자금유출·MSCI 비중축소
이번 연장결정 부작용 우려도
◆ 공매도 금지 재연장 ◆
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한 달 반 추가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 종료 시점이던 3월 15일부터 5월 2일까지 한 달 반 늘어나는 것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처음 내려졌던 작년 3월부터 감안하면 공매도 금지 기간은 모두 1년2개월이다.
또한 5월 3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더라도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대해서만 허용하기로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200 종목 시가총액 비중은 88%, 코스닥시장에서 코스닥150 종목 시가총액 비중은 50%다. 나머지 2037개 종목은 별도 기한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된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해서는 투자 한도를 차등해 지나친 손실 확대를 막기로 했다. 개인의 초기 공매도 한도는 3000만원이다. 2019년 개인 공매도 참여자의 평균 차입 잔액이 2300만원임을 고려해 설정한 금액이다. 최근 2년간 공매도 횟수가 5회 이상이고 누적 차입 규모가 5000만원 이상일 경우에는 투자 한도를 7000만원까지 적용한다. 공매도 투자 경험이 2년 이상이거나 개인 전문투자자에 대해서는 차입 한도를 두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에서 이번에 참고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는 시가총액이 적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다. 예컨대 시총이 30억홍콩달러(약 4300억원) 이상이면서 시총 기준 12개월 회전율(주식 보유자가 바뀌는 비율)이 60% 이상인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가한다. 홍콩거래소가 정기적으로 지정 종목을 점검하고 변경한다.
앞서 정치권과 금융감독원이 이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시세 장악이 용이하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소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안을 완전히 풀지 않으면서 주식 시장에서 외국계 자금 유출과 종목별 수급 양극화가 우려되고 있다. 외국계 평가에 따라 공매도 금지 상시 국가로 분류될 경우 투자의 자유를 강조하는 외국인이 글로벌 투자금 중 한국 내 비중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금융시장 안정화를 거론하며 공매도 재개를 권고한 측면을 고려하면 글로벌 자본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의 압박으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 연장을 결정했지만, 오히려 외국계 자금 유출을 촉발해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로서는 자본시장 정상화라는 명분과 주가 상승이라는 실리 모두를 잃을 수 있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2000조원이 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 내 한국 비중 축소 여부가 가장 큰 문제다. MSCI EM 지수 추종 자금 가운데 한국 비중은 13.4%인 약 35조3700억원이다. MSCI가 공매도 금지에 따른 자유로운 투자 제약을 이유로 이 비중을 1%포인트만 축소해도 하루 만에 약 3조원의 순매도로 주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투자자의 주식 보유 비중이 30% 정도로 높은 편이고 이들은 자본시장 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제도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불편함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공매도 재개 필요성을 제기한 데다 대부분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는 국제적 흐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희준 한국증권학회장(성균관대 교수)은 "시장에 신뢰를 주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이번 연기 조치는 그런 부분에서 아쉽다"며 "공매도 제도가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고 말했다.
[강계만 기자 / 진영태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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