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했으면 배달했겠나"..라이더유니온이 '비난 자제'를 부탁한 이유
[경향신문]
서울의 한 학원 직원이 배달 노동자에게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대해 라이더유니온은 3일 ‘일명 학원강사 배달갑질 사건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이 단순히 나쁜 손님에 의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배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제도적 해결책을 촉구했습니다.
■ 피해자가 원한 것은 “진심어린 사과”…‘마녀사냥’ 자제해달라
라이더유니온이 이런 입장을 낸 것은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고객이 배달대행업체에 전화해 폭언을 하는 음성파일이 올라온 후 고객 개인과 직장으로 알려진 A학원이 비난의 표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음성파일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을 하겠냐”는 등의 배달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담은 ‘막말’이 담겼습니다. 이같은 내용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면서 해당 학원에 대한 비난과 ‘별점테러’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라이더유니온은 이같은 공격과 비난을 멈춰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달기사에 대한 갑질 녹음 파일은 피해자가 올린 게 아니다”라며 “라이더유니온과 피해자는 이 사건이 인터넷상에 회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배달대행업체 지점장인 것처럼 올린 게시글은 삭제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녹음 파일 속 고객이 A학원 소속 강사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사실은 학원의 셔틀버스 도우미로 확인됐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사건과 A학원 동작캠퍼스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가해자는 학원의 셔틀버스 도우미였으며, 2월1일 근무 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원에 대한 별점테러와 악의적인 비난은 멈춰달라”고 밝혔습니다.
A학원 측도 “본사와 해당 가맹점 모두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해당 가맹점 대표에게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피해자와 라이더유니온이 바라는 것은 폭언을 한 손님의 진심어린 사과”라며 “손님은 공인이 아니며 개인일 뿐이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사회적 비난을 자제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 배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근본 원인…‘감정노동자 보호법’ 적용해야
라이더유니온은 이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배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며 배달노동자에게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별도의 법은 아닙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조항을 신설해 2018년 10월18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객 응대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 폭행,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문구 게시 또는 음성 안내’ ‘대처방법 등을 포함하는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마련’ ‘건강장해 예방 관련 교육 실시’ 등이 예방조치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나옵니다.
고객의 폭언 등으로 건강장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따라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휴게시간 연장’, ‘치료 및 상담 지원’, ‘고소·고발 또는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에겐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배달노동자에 대한 폭언·갑질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배달노동자들은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 ‘갑질 아파트’ 76곳과 ‘갑질 빌딩’ 7곳에 대해 진정을 내기도 했습니다. 진정 대상이 된 고급 아파트와 빌딩은 아파트 단지 내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하고 도보로 배달을 하게 하거나 건물에 들어설 때 헬맷을 벗도록 요구했습니다. 또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배달노동자들이 일반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 서비스노조 배달서비스지부는 “인권위 차원에서 배달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개선안을 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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