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으로 호소한 밀린 '공사대금' 이면에는 '건설사 횡포' 있었다

김동욱 2021. 2. 3. 17: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밀린 공사대금에 억울함을 호소한 50대 가장이 자신에 몸에 스스로 불을 붙여 숨진 사건의 이면에는 한 건설사 사장이 대출금을 들고 도주한 사건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공사에 참여한 지인 김모씨는 "A씨가 책임 있게 공사를 잘 마쳤는 데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횡포에 매우 억울해 했다"며 "공사에 함께 참여한 지역 중소업체 수십 곳에서도 총 75억원 가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설사 사장, 대출금 100억원 들고 도주
돈 지급 요구에 빌라 공사 참여 조건 제시
건설사, 대금 지급 미뤄.. 사업 권한 이양
공종별 공사 참여 업체들 공사비 모두 떼여
"억울해 더는 살 수 없다".. 인부 1명 분신
대금 6000만원 가량 받지 못해 생활고 겪어
업체 대표들, 비대위 구성.. "횡포 맞설 것"
사진=연합뉴스
밀린 공사대금에 억울함을 호소한 50대 가장이 자신에 몸에 스스로 불을 붙여 숨진 사건의 이면에는 한 건설사 사장이 대출금을 들고 도주한 사건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전북 군산·전주지역 중소 건설업체들 따르면 A건설사 대표가 2017년 말 군산시 대야면에 건립 중인 연립주택을 담보로 100억원을 대출받은 뒤 돌연 잠적했다. 이로 인해 철골조 공사를 맡은 소규모 참여 업체들이 수천만원에서 최고 10억원 넘는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

이에 하청 업체들은 밀린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채권단을 구성하고 A건설사에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자 건설사 측은 인근 전주에 추진하는 한 빌라 공사에 참여하는 조건 등을 제시했고, 채권단은 이에 응해 2019년부터 또다시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건설사 측은 이번에도 공사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해당 빌라 사업 권한을 다른 건설사로 넘겨버렸다. 이로 인해 각 공종별 공사에 참여한 영세 업체들은 공사비를 모두 떼이게 된 셈이 됐다.

공사에 참여한 B(51)씨는 “억울해 더는 살 수 없다”며 지난달 28일 오전 9시쯤 전주시 덕진구의 한 폐기물처리업체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몸에 인화 물질을 끼얹고 불을 질렀다. 그는 지인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B씨는 불을 지르기에 앞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라도 해야 세상이 억울함을 알아줄 것 같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녀 셋을 둔 가장인 그는 빌라 공사비로 6000만원 가량을 받지 못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공사에 참여한 지인 김모씨는 “A씨가 책임 있게 공사를 잘 마쳤는 데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횡포에 매우 억울해 했다”며 “공사에 함께 참여한 지역 중소업체 수십 곳에서도 총 75억원 가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를 비롯한 참여 업체 대표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고발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업체에서 대금을 제때 지불했으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피해 업체들과 힘을 모아 부당한 횡포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