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혐의 결재, 계속 미루는 이성윤..법조계선 '직무유기' 지적도

이미호 기자 2021. 2. 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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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연합뉴스

'채널A 사건' 수사팀이 요청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재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일째 미루면서 법조계에선 직무유기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지 10개월이 지나는 등 사건처리 시한이 무턱대고 미뤄지고 있는데도, 합당한 이유 없이 수사팀의 무혐의 요청을 수차례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반대로) 그렇다면 왜 기소하라는 말 조차 못 꺼내고 있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채널A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가 보고한 한 검사장의 '무혐의 결정'건을 결재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정식으로 전자결재가 올라온지 10여 일이 지난 상황이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지 못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발달할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취지로 결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수사팀이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지 10개월이 지났다는 점에서, 사건처리 시한을 넘길 경우 '인권보호 수사'라는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년만년 피의자하라는 거냐. 엄연한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채널A 사건 주요 관계수사가 마무리됐다는 점도 한 검사장에 대한 의도적인 ‘결재 뭉개기’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수사팀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불구속기소하면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과 채널A 사건을 MBC에 제보했던 제보자X 지모씨는 무혐의 처리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4월 3일 SNS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이동재 채널A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해라' '유시민 집과 가족을 털고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 한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공개된) 녹취록 등을 보면 이런 내용은 전혀 없다. 여론 조작을 시도한 정치 공작이자 이 전 기자에 대한 인격 살인"이라며 최 대표를 고발했다.

이 단체는 SNS에 최 대표와 같이 찍은 사진을 함께 올리고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는 글을 올린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과 채널A 사건 의혹을 MBC에 제보했던 제보자X 지모씨가 이를 공유하며 "부숴봅시다"라는 글을 덧붙인 것을 문제 삼으며 두 사람도 함께 고발했다.

일각에선 이 지검장이 휴대폰 비밀번호가 해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무혐의 결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과 관련, 유독 한 검사장에 대해서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대표와 황 의원에 대해서는 수사팀이 휴대폰 등을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휴대폰 비밀번호 비협조를 이유로 결재를 미루고 있다.

또 한 검사장의 동선까지 폐쇄회로(CC)TV까지 들여다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결국 잘못된 수사라는 것만 계속 입증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사과한 것도 한 검사장의 무혐의를 입증하는 근거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오후 2시 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검찰이 2019년 11월말 또는 12월 초 사이 어느 시점에 재단 계좌를 열람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면서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권리 행사시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채널A 사건 관련 이동재 전 기자의 재판에서도 한 검사장의 이름이 언급된지 오래다. 실제 재판 진행도 주요 증인들이 연달아 불출석하면서 흐지부지된데다 이날 법원이 이 전 기자의 보석까지 허가했다. 법조계 인사는 "한 검사장 공모 혐의는 검사들이 이미 포기한 부분 아니냐"면서 "이젠 법정에서 한 검사장 이름도 안들리더라"고 했다.

한편 한 검사장이 곧 예정된 검찰 인사에서 ‘탈(脫)진천’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검사장은 채널A 사건 의혹으로 진천 법무연수원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유 이사장에 대한 "필요한 법적 조치"도 한 검사장이 서울로 복귀함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지검장은 유임할 뜻을 내비쳤고 청와대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 측은 이 지검장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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