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과의 결별 1년.."삼성은 준법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심재현 기자 2021. 2. 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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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문화는 준법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한계도 있지만 지난 반세기 넘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성과가 많았다."

준법위의 감시와 통제는 이 부회장의 재구속 수감과 별도로 여전히 삼성그룹 전반에 미치고 있고 삼성 또한 제도와 문화를 바꿔가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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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7월 경기 용인 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삼성 준법감시위 사무국 직원 및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관계사 7곳의 준법지원, 감시인, 실무 책임자 등과 함께 워크숍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삼성의 문화는 준법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한계도 있지만 지난 반세기 넘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성과가 많았다."

3일로 출범 1주년을 맞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두고 재계에서 나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라는 외부의 요구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내부에서 제기된 준법감시 수요가 결합해 만들어진 삼성 준법위는 1년 전 출범 직후부터 삼성의 속살을 파고들면서 굵직한 변화를 때론 이끌고 때론 뒷받침했다.

준법위의 감시와 통제는 이 부회장의 재구속 수감과 별도로 여전히 삼성그룹 전반에 미치고 있고 삼성 또한 제도와 문화를 바꿔가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이 부회장 역시 재구속 사흘만이었던 지난달 21일 변호인단을 통해 "준법위를 계속 지원한다는 다짐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준법위에 힘을 실었다. 이 부회장이 첫 옥중 메시지로 준법위를 언급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준법위 무용론 또는 폐지론에 대한 우려를 씻어낸 발언으로 본다.

준법위는 지난해 2월3일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7개 계열사들과 '준법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맺고 삼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외부 독립기구로 공식 출범했다.

실효성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독립성과 자율성도 확보했다. 준법감사위원 선정에서 경영진 입김을 배제하면서 6명의 위원 중 삼성 내부 위원인 성인희 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을 빼면 나머지 5명을 '재벌 개혁'에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했던 진보 성향의 인사로 구성했다. 재판부의 요청으로 준법위를 평가했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삼성이)위법 행위를 하기 어려워진 게 분명하다"고 평가한 배경이다.

첫 성과는 지난해 2월28일 나온 삼성전자 등 17개 계열사의 시민단체 후원내역 무단 열람 사과였다.

최대 성과는 지난해 5월6일 이 부회장이 준법위의 권고대로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삼성에서 더이상 무노조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던 게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후 노조와 단체협약 논의를 이어가면서 사상 첫 협약 체결을 앞둔 상황이다.

이 부회장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대한 재구속 사유로 준법위의 실효성 문제를 언급하면서 준법위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준법위는 지난달 26일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 CEO와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오는 16일에도 2월 정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준법위는 지난 1년의 활동을 통해 삼성 내부에서 최고경영진이 준법 사안을 다루는 태도가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입장이다.

준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가장 바람직한 준법감시제도는 무엇일지' 전문가들과 사회 각계의 혜안을 모으고 구현해 나가겠다"며 "평상시처럼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걸로 1주년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인사는 "삼성 준법위는 출범 배경이나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삼성의 준법 의지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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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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