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vs 라만차..스테디셀러 뮤지컬의 귀환

이향휘 2021. 2. 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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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지침 완화에 다시 막 올려
창작뮤지컬 자존심 '명성황후'
예술의전당서 25주년 공연
돈키호테 원작 '맨오브라만차'
조승우·홍광호 주연 흥행노려
명성황후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이냐, 조승우·홍광호 등 스타 배우들의 티켓 파워냐.' 지난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나란히 개막한 두 뮤지컬 '명성황후'와 '맨 오브 라만차'에 관심이 모아진다. 두 작품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차례 개막이 연기됐다가 이날 '한 좌석 띄어 앉기' 일명 '퐁당퐁당'으로 막을 올렸다. 두 작품은 세월이 지나도 관객들이 즐겨 찾는 스테디셀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95년 12월 30일 예술의전당에서 윤석화 주연으로 초연된 명성황후는 올해 25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초연 무대를 찾았다. 창작 뮤지컬 가운데 20년 넘게 장기흥행 공연은 유일하다. 더욱이 뉴욕, 런던 등에서 공연되며 한국 뮤지컬을 대표했기에 그 무게와 상징성이 크다. 김소현·손준호 부부가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며 21번째 시즌이다.

원작은 이문열의 희곡 '여우사냥'. 명성황후 시해 사건 당시 경복궁에 난입한 일본 낭인들의 작전명이다. 명성황후와 시아버지 흥선대원군의 갈등, 고종과의 애틋한 사랑, 비극적 최후 등이 부각되는 여성 서사이기에 중년 여성이 많이 찾는다. 총소리, 칼 소리, 대포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배우 30여 명이 흰옷을 입고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합창하는 마지막 장면은 극의 핵심이다. 시해 당한 황후의 혼과 목숨을 잃은 신하들이 민중의 역사의식을 고취시킨다.

제작사 에이콤은 회전 무대를 빼고 모든 것을 바꿨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연 의상도 500벌 이상 새로 제작했고, 작곡가 양방언이 참여해 전곡을 새롭게 편곡했으며 LED를 사용해 무대에 화려함을 더했다. 다만 주로 노래로 진행하는 성스루(Sung Through) 형식이어서 그런지 대사와 내용 전달이 명확하지 않고, 명성황후에 대한 미화 논란도 부담이다. 2월 26일까지.

맨 오브 라만차
'맨 오브 라만차'는 무려 400년 전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남성적인 작품이다. 196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국내엔 2005년 '돈키호테'라는 제목으로 남산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이번 공연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며 9번째 시즌이다. 원작은 라만차에 살고 있는 노인 알론조가 기사도 삼류 소설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바꾸고 이웃 소작농 산초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거인이라고 생각하며 달려들고, 가상의 공주인 둘시네아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는 몽상가이자 정신 이상자다. 반면 산초는 수지타산에 밝은 현실적인 캐릭터다. 뮤지컬은 저자인 세르반테스가 나오는 액자 형식을 띤다. 신성 모독으로 지하 감옥에 수감된 세르반테스가 동료 죄수들에게 돈키호테 얘기를 들려주다가 즉흥극을 벌인다. 돈키호테를 정신이 나간 미치광이로 봐야 할지, 아니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돌진하는 저돌적인 캐릭터로 봐야 할지는 관객의 몫이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며, 꿈을 포기하는 일이다"라는 극중 대사는 맨 오브 라만차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대표 곡인 '이룰 수 없는 꿈'은 여러 번 변주되며 희망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번번이 주변에서 비웃음을 당하고 몰매를 맞는 돈키호테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결국 꿈이었다. 돈키호테 역엔 흥행 보증 수표인 조승우·홍광호·류정한이 출연한다. 3월 1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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