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은 저녁 8시, 업무지시를 보낼까 말까..팀원들은 상사의 '카톡 읽음' 왜 오래 걸리는지
백신 덕 일상복귀 좋지만..
집에 남느냐 회사 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오전까지 보내기로 했는데 왜 안 올라오지? 메시지 옆 숫자가 그대로다.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좌불안석이다. 전화하고 싶다. 아님 '카톡' 보낼까. 아니다. 일단 밥부터 먹자. 점심시간 뒤 요청한 내용이 올라온다. 참길 잘했다.
'어쩌다 회사원'을 맡게 됐을 때부터 협업 도구(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해보고 싶었다. 정보기술(IT) 분야를 담당하면서 이를 실제 업무에 사용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업무 혁신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다. 제품은 가장 최근 나온 카카오의 '카카오워크'로 골랐다.
카카오톡과 분리되니 엉뚱한 메시지를 보내는 실수를 방지하고, 사생활을 지킬 수 있었다. 팀장 입장에서 가장 좋았던 건 '할 일' 기능이다. 채팅으로 회의한 뒤 게시판에 업무를 분담해 날짜와 담당자까지 지정해 놓으면 편하다. 말로 "언제까지 무엇을 하자"라고 떠들지 않아도 업무와 진행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내가 말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문제는 종종 '시험에 드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 팀원이 내용 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뿐만 아니라 내가 공지를 올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이 몰려 정신없이 바쁜 날이면 6시 넘어 아니 8시 정도 돼서야 틈이 생기거나 기억을 해내는 경우가 있다. 그때도 카톡을 할까 전화를 할까 갈등에 시달렸다. 팀원들이 '근무시간 이후 알림 받지 않기'를 설정하지 않았을 리 없다. 메모해 놨다가 다음날 오전 9시가 되자마자 공지를 올렸다. 2년 전 다른 팀원으로 있을 때 팀장에게 건의해 다른 제품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 당시엔 카톡과 전화 심지어 대면 대화까지 난무하면서 2주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리더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2019년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혁신의 성패는 리더십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인내심도 리더십이다. "참아야 하느니라." 오대석 기자
2주 동안 업무용 메신저를 써보니 가장 좋았던 점은 일과 사생활 분리였다. 또 비대면으로 대부분 업무를 할 수 있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대면 회의를 접하지만 '어쩌다 회사원' 팀에선 아직까지 한 차례도 오프라인에서 모인 적이 없다. 기존에 쓰던 메신저와 사용자환경(UI)이 비슷해 적응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회사 내 조직도, 할 일, 근태 관리, 전자결재 등 원격근무에 필요한 기능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근무시간 외 알림 받지 않기 기능도 설정 가능하고(실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각자 프로필에 근무 상황이 표시돼 출퇴근, 휴가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사적·공적 메신저 알림소리(소리, 진동)가 다르니 반응을 달리하는 요령도 생겼다. 카톡 알림이 울리면 느긋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확인한다. 반면 카카오워크 알림이 뜨면 빠르게 확인하고 업무 태세로 전환한다. 여러 메신저가 공존하는 과도기인 만큼 불편한 점도 있었다. 기존 부서 업무와 팀 업무가 겹치는 시간에는 둘을 동시에 사용해야 했다. 양쪽에서 업무 메시지가 오가니 정신이 없었다. 회사를 비롯한 업무 관련자가 온전히 업무용 메신저에 포함돼 있지 않은 이상, 양쪽 앱 메시지를 모두 확인하며 일하는 머리 아픈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다.
동료나 상사가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 날엔 노트북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유독 일이 많은 날이면 초조함은 배가 된다. 어쩔 수 없는 비대면 소통의 특성이다. 한 공간에 있었다면 바로 받았을 답변을 몇 분, 몇 시간에 걸쳐 기다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며 인내심 기르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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