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남느냐 회사 가느냐"..재택근무 1년 속마음 들어보니
대기업 직원 10명 중 8명
"앞으로 원격근무 계속될 것"
"그래도 만나서 하지"
대표·임원 65% "효율 떨어져"
아빠들 "차라리 출근할래"
재택 모두 만족하려면
관리자 명확한 업무지시 필수
인사제도 개선 등 뒷받침돼야
◆ 직장인 A to Z / 재택근무 1년 긴급설문…'귀사' 앞둔 직장인들 속내는 ◆
#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로 집에서 일해 온 30대 회사원 A씨는 "재택근무 이점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며 "내 직군은 굳이 회사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출근 준비부터 왕복까지 하루 몇 시간 소모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반면 40대 회사원 B씨는 재택근무가 끝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B씨는 "집에 독립된 공간을 만들기 어렵고, 가족과 종일 함께 있어 일에 집중하기 힘들어 회사에 나가는 게 낫다"며 "재택근무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시행해 사내에서도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재택근무는 다수의 산업군과 직군으로 퍼져 나간 지 오래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공급이 임박하면서 직장인의 마음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상의 부활은 반갑지만, 귀사(歸社)는 꺼려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러한 직장인의 염원은 매일경제 '어쩌다 회사원' 팀이 입수한 '플로우 사용자 재택근무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조사는 작년 12월 '플로우' 사용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에서 대기업 종사자 79%, 중견기업 74%, 중소기업 66%는 "코로나 안정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계속할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대기업 이용자 88%, 중소기업 64%가 지난해 전 직원 혹은 일부 직원이 유연근무 형태로 재택근무를 시행했다고 답했다. 미국 IT기업 델테크놀로지스가 글로벌 조사 전문기업 칸타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7개 국가를 상대로 조사한 '원격근무 준비 지수'에서도 한국 직장인(1023명) 중 77%가 '장기적인 원격근무에 어느 정도 준비돼 있다'고 답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택근무는 권위적인 한국 직장 문화를 개선해 일의 민주주의, 성과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부동산 가격이 올라 근로자가 회사 가까운 곳에 주거를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출퇴근이 고통스러워졌다"며 "전체적인 큰 흐름은 재택근무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군과 직군에 따라 재택근무가 불가능하거나 효율이 떨어진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실태조사에서 제조업 종사자 57%, 건설업 48%, 유통업 62%가 재택근무를 경험했다. 타 업종의 재택근무 경험자가 80%를 넘어선 것과 대조적이다.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실시한 비율은 제조·건설·유통이 각각 12%, 4%, 15%에 불과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안정화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할 것 같냐'는 질문에 교육업 종사자는 56%만 긍정 답변을 해 가장 부정적이었다. 흥미로운 건 직급별 차이였다. 대표·임원 응답자 65.5%는 재택근무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답변했다. 부서장, 팀장 등 중간관리자 45%가량은 재택근무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봤다. 반면 실무자의 45.5%는 재택근무 이전과 동일하다고 답변했으며, 18.4%는 오히려 업무 효율이 올랐다고 응답했다.
재택근무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IT 인프라스트럭처 등 환경 지원과 인사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직장인은 입을 모았다. 재택근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응답자 22%가 '집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팀원 간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17%)' '대면 대화를 할 수 없어 소통할 수 없다(16%)' '다른 팀원이 제대로 일하는지 믿기 힘들다(13%)' '출퇴근 시간 체크가 어렵다(12%)'가 뒤를 이었다. 10명 중 3명은 팀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일을 하는지에 대해 불신하고 있는 셈이다. 최지혜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재택근무 확산과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상시적인 근무 형태로 정착하려면 제도와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선 재택근무자 업무 과정을 관찰할 수 없으므로 관리자의 명확한 업무 지시, 구체적 목표 설정과 성과 평가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대석 기자 / 이새하 기자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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