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 고문실이 공원·전시관으로..남산 예장자락, 5월 시민품으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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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체통 모양 건물로 들어서자 두 평 남짓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3일 찾은 서울 중구 '남산 예장자락'은 5월 재생사업 완료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남산 예장자락은 오는 5월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재생사업을 거친 남산 예장자락은 크게 상부 녹지공원과 공원 하부의 지하공간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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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빨간 우체통 모양 건물로 들어서자 두 평 남짓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방 안에는 의자 두 개와 스탠드가 켜진 책상이 전부였다. 60여 년 전 고문과 취조가 이뤄졌던 '중앙정보부 6국' 자리에 당시 지하고문실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었다. 당장이라도 60년 전 그때의 고함이 들릴 것만 같았다.
3일 찾은 서울 중구 '남산 예장자락'은 5월 재생사업 완료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저 자리였다가 광복 후에는 중앙정보부 고문실이 있었던 '남산 예장자락'이 116년 만에 시민들 품으로 돌아온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 현장을 찾아 막바지 공사현황을 점검했다. 남산 예장자락은 오는 5월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남산 예장자락은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훈련장 '예장'이 있었던 곳이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옛 모습을 잃었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는 중앙정보부가 들어서면서 한 세기 넘도록 일반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
재생사업을 거친 남산 예장자락은 크게 상부 녹지공원과 공원 하부의 지하공간으로 나뉜다. 상부의 녹지공원은 1만3036㎡ 규모로 지난 1월 먼저 문을 열었다. 남산 고유수종인 소나무 등 교목 1624그루, 관목 6만2044그루 등을 심었다. 건너편 명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마련했다. 녹지공원의 중앙 보행교를 따라 걸으면 명동에서 남산공원, 남산한옥마을까지 걸어갈 수 있다.
녹지공원 입구에는 소나무숲인 '예장숲'을 만들었다. 소나무 한 그루에는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란 이름을 붙였다. 예장숲을 기획한 서해성 서울 역사재생 총감독이 전북 고창에서 이름에 어울리는 소나무를 찾아냈다.
과거 중앙정보부 6국이 있던 자리에는 '기억6'을 조성했다. 중앙정보부 6국은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설치돼 학원 사찰과 수사를 담당했다. 중앙정보부 내에서도 혹독한 고문과 취조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기억6'이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의 어두운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기억6'의 전시공간 '메모리얼 홀'은 역사와 소통한다는 의미에서 빨간 우체통 모양으로 건물을 지었다. 메모리얼 홀 지하 1층에는 옛 중앙정보부의 지하고문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지상층에는 배우들의 연기와 증언자 인터뷰로 재구성한 중앙정보부 6국 영상전시를 오는 3월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메모리얼 홀 앞에는 조선총독부 관사 터의 일부분을 보존한 '유구터'가 있다. 유리 너머로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관사 터를 걸어보고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서 감독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았다.
녹지공원 하부에는 그동안 명동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겪었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버스 주차장을 마련했다. 대형버스 40대를 주차할 수 있고 전기버스 충전소도 마련했다. 남산을 지나는 서울 전기버스 충전도 가능하다. 3월부터 서울시가 도입하는 친환경 '서울 녹색순환버스' 주차장과 환승장으로도 이용할 계획이다.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의 마지막 단계는 '우당 기념관'이다. 전 재산을 들여 독립군 양성학교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우당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공간이다. 오는 5월 '우당 기념관'이 문을 열면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도 마무리된다.
이날 현장을 찾은 서 권한대행은 "116년만에 시민들에게 남산 예장자락을 돌려드리게 됐다"며 "장소성과 역사성을 회복하고 역사의 숨결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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