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도 안 된 두 자녀 숨지게 한 아버지 '23년형'

1심서 무죄 '원주 3남매 사건'
어머니는 징역 6년 법정 구속
"살인의 고의성 충분히 입증"

[경향신문]

자녀 3명 중 첫돌도 지나지 않은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른바 ‘원주 3남매 사건’의 피고인인 20대 아버지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3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7)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또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아내 B씨(25)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한 후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친아버지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들의 생명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고,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며 “가장 존엄한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9월 강원 원주지역의 한 모텔 방에서 생후 5개월인 둘째 딸을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하고, 2년 뒤 얻은 셋째 아들을 생후 9개월이던 2019년 6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수십초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남편 A씨의 이 같은 행동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들 부부의 사체은닉과 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양육수당 부정수급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하며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