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개선노력 없던 일?..국방백서 충돌에 더 꼬인 한일
수출규제·지소미아 갈등 이후 '첩첩산중' 난제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가 올 들어서도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작년 말부터 수차례 일본 측을 상대로 관계 개선 의사를 타진해왔으나, 오히려 양국 간 갈등은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전 방위로 계속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2일엔 우리 국방부가 발간한 '2020 국방백서' 내용을 두고 일본 방위성이 우리 대사관 주재 무관을 초치한 데 이어 보도관(대변인)을 통해서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독도는 일본 땅'이란 억지 주장이 일본 방위백서 등에 실릴 때마다 우리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 초치와 공식 논평을 통해 항의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돼왔음을 감안할 때 이번엔 그와 정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日방위성, '독도'·'초계기 사건' 기술에 공개적으로 불만
일본 측이 문제 삼은 우리 국방백서 내용은 Δ독도를 우리 군이 확고히 수호해야 할 영토로 명시한 것과 Δ2018년 12월 발생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우리 해군함 근접 위협 비행사건과 관련해 일본 측이 "사실을 호도하는 일방적 언론 발표를 했다"고 서술한 부분 등 크게 2가지다.
우리 입장에서야 문제 될 게 없는 내용들이지만 일본 방위성의 이시카와 다케시 보도관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며 "북한의 핵미사일을 둘러싼 상황을 포함해 한일·한미일의 연대가 중요하다. 연대를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독도가 1905년 '다케시마'란 이름으로 시마네현에 편입 고시된 "일본 고유 영토"라며 "현재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란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 또 일본 측은 자위대 초계기의 우리 해군함 위협 비행사건과 관련해선 "한국 해군함이 초계기를 향해 공격 직전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사격통제레이더 가동을 했다"고 주장, 우리 측과 '진실공방'을 벌이기까지 했다.
◇수출규제·지소미아 갈등 이후 국방협력은 이미 '난제'
한일 양국은 그동안 과거사 문제 등 정치·외교적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도 국방 분야 교류협력은 이어가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었다. 이시카와 보도관이 회견에서 언급했듯 바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측에서 당시 수출규제 강화조치가 자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판결 관련 '보복'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전략물자의 제3국 유출 우려 등 '국가안보상 이유'를 댔던 것이다.
그러자 우리 정부도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밝히며 맞대응에 나섰던 상황.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수출규제 관련 대화 재개를 조건으로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긴 했지만 향후 한일관계 추이 등에 따라 이를 둘러싼 갈등도 재점화될 소지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일 지소미아 또한 '북핵·미사일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일본의 정보능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 아래 한국 내 반발을 뚫고 2016년 11월 체결됐다.
◇'한일관계 개선' 정부 의지 비웃듯 갈등만 커져
우리 정부는 작년 11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신임 주일대사에 '지일파' 인사인 강창일 전 의원을 임명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대일관계 개선 의사를 피력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4일 "한일 양국은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조기에 복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일본 기업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판결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이를 봉합시키기보단 오히려 더 심화시킬 수 있는 개별 사건들이 잇따랐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우리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배상판결은 차치하더라도 올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 공약 관련 공방도 일본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한일 해저터널 공약이 "친일적 의제" "이적행위"란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국방백서 발간과 그에 따른 일본 측의 반발 또한 결과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동반자→이웃국가" 표현 변화에 '격하' 논란도
우리 국방부는 2018년판 국방백서에선 일본을 "가까운 이웃이자 동반자"라고 서술했었으나 이번 백서에선 "이웃국가"라고만 적어 악화된 양국관계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일본 언론들은 아예 자국에 대한 표현이 "격하"됐다고 보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백서상의 일본 관련 표현 변화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국방부 입장에선 '이웃국가'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지만, 그동안 일본 방위백서에서 한국이 점진적으로 '격하' 또는 '홀대' 받아온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 국방부 또한 관련 표현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2016년판 백서에선 일본이 이번 백서와 "이웃국가"로 표기돼 있었으나, 당시 있었던 "한일 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수식어는 2018년판 이후 사라진 상태다.
다만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3일 브리핑에서 이번 국방백서 표현 논란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의도에 대해선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을 아껴 나름 대응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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