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들 '쿠데타 반대' 저항 시작
[경향신문]
지난 2일 오후 8시쯤 미얀마 양곤의 한 아파트촌. 베란다에 하나둘 불이 켜지더니 아파트 주민들이 일제히 냄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냄비 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10여분간 이어졌다. 주변을 지나던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호응했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 1일 새벽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인권활동가들을 구금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대해 시민들이 집단 항의한 것이다.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이틀째인 이날부터 미얀마에서 시민 불복종 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시민들이 양곤 도심에서 냄비와 프라이팬 등으로 각종 소음을 내는 동영상과 함께 “미얀마를 기억해달라”는 호소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미얀마에서 냄비를 두드리는 행위는 악귀를 쫓아낸다는 의미가 있다. 1988년 네윈 군부 정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양곤의 봄’ 때도 시민들은 냄비를 두드리며 저항했다.
미얀마 의료진도 “불법 군사정권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겠다”면서 3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군부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취약계층 환자들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비판하면서 빨간 리본 달기 운동을 벌였다. 파업에는 미얀마 전역 30개 도시의 70개 병원에서 일하는 일부 의료진이 참석했다.
청년들은 온라인 저항 운동을 벌이고 있다. ‘양곤 청년 네트워크’ ‘세대 물결’ 등 청년단체가 이날 페이스북에 “시민 불복종을 선언하자”고 촉구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미얀마를 구하라”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홍콩의 시위대가 사용한 ‘브리지파이’ 앱을 다운로드한 미얀마인도 쿠데타 이후 사흘간 100만명이 넘었다. 브리지파이는 인터넷이 끊겨도 블루투스를 통해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끼리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앱이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거리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수지 고문이 이끈 국민민주연맹(NLD)에 대한 실망과 1988년 시위 당시 3000여명이 숨진 유혈탄압의 역사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얀마에 7년째 거주하는 교민 박상훈씨는 통화에서 “시민들은 군부가 들어와서 통치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지만, 자칫하면 군부가 원하는 대로 국가비상사태가 길어지는 시나리오로 갈 수 있어서 조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미얀마 경찰은 수지 고문을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오는 15일까지 구금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김윤나영·윤기은·정원식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미얀마 ‘쿠데타 규정’ 원조 중단
- 이정호 미얀마한인회보 편집장 “폭풍전야…시민들 SNS 통해 평화시위 독려”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