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코로나 시대, 다시 '동물'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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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반려동물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확인됐다는 최근 정부의 발표, 기억하실 겁니다. 국내 한 기도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데, 그곳 확진자가 반려동물로 키웠던 고양이에게서 감염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방역당국은 해당 고양이가 주인(확진자)으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반려동물 유기나 혐오가 시작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실제 지난해 2월 중국 우한에선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해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대거 버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생동물로부터 건너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반려동물에 의한 감염 우려가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늘고 있는데, 동물들의 '수난 시대'가 이미 시작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 반려동물 코로나19 감염원 될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가들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사람' 경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사람)가 반려동물을 감염시킨 사례는 다수 보고됐지만, 인간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다고 알려진 반려동물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람->동물' 감염 사례는 일본, 영국,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9개국에서 456건이 보고됐다고 질병관리청은 밝히고 있습니다. (2020.11.20 기준)
그렇다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아니지만 지난해 덴마크에선 코로나19 종간 전염(사람→밍크→사람)과 변이 바이러스 검출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네덜란드에서도 지난해 4월 밍크 농장 두 곳에서 처음으로 감염 사례가 확인된 데 이어, 7월에 또 다른 발병 사례가 나타나 밍크 수천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밍크의 경우 유독 코로나19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이유는 아직 불명확한 상태입니다.
우리 질병관리청은 "WHO가 지난해 6월 이후 덴마크에서 밍크로부터 감염된 사람이 214명이라고 발표했다."라며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동물의 종류, 동물 간 전파형태, 동물로부터 사람으로의 전파 양상 등을 이해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정보 공유, 연구 수행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지난해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로부터의 감염을 막기 위해 동물에 대한 대규모 감시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동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어떻게 재설정되고 있는 것일까요?
지난달 21일, SBS 목동 본사에서 신남식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와 이와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풀영상은 SDF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신남식 명예교수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장과 에버랜드 동물원장을 지냈고, 한국야생동물의학회 회장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Q.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코로나에 감염됐어요. 같은 동물원의 고릴라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오는 것을 보고 코로나 검사를 해보니까 양성이 나왔다는 거예요. 인간에 의해서 동물로 바이러스가 옮겨가거나, 동물의 것이 인간으로 전파되기도 하는 게 바로 인수 공통 감염병이에요. 인수 공통 감염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에요.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서 결핵 발병율이 높은데요, 조사해 봤더니 그곳에 사는 코끼리들도 결핵에 많이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동물원에서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혹시 모를 질병에 걸려 있는 사람이 자신이 먹던 음식을 주게 되면, 그 음식을 받아먹은 동물도 같은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거지요.
코로나가 야생동물에서 옮겨왔다는 것이 정확히 증명된 적 없지만 일반적으로 인수 공통 감염병의 70%가 야생동물에서 시작된다는 통계가 있어요. 인간과 동물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는 어찌 됐건 서로의 접촉을 차단하는 게 필요하죠.
Q.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은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았던 선사시대에 더 잦았을 것 같은데요.
과거에도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었을 거예요. 인간과 더불어 병원균도 계속 진화하고요. 특히 기후변화는 신종 감염병들이 창궐할 수 있는 기본 조건으로 작용하거든요. 그로 인해 생겨난 신종 질병이 미처 면역체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입될 수 있다는 거죠. 기후변화는 인간이 만든 재앙이에요. 그로 인해 온 생태계가 피해를 보는, 사실 피해라기보다 업보죠.
Q. 일부 국가에선 앞서 코로나 집단면역 실험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집단 면역의 개념이 동물 실험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동물의 경우엔 집단면역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많은 수의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서는 전염병에 따라 필요한 백신을 적절한 시기에 일시적으로 접종해 면역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어떤 전염병은 백신접종을 했어도 면역력이 약해 감염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규모 농장에서는 인공적으로 전 개체에 감염시켜 질병의 경과를 짧게 끝내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배설물에 바이러스가 나온다면 이것을 전체 동물에게 접촉시켜 가벼운 증상만으로 일시에 확실한 면역을 형성하게 하는 식이지요. 그렇게 하면 몇 달을 끌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보단 효율이 높다는 거죠. 그러나 아시겠지만, 이것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만한 것은 못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인간에겐 백신만큼 확실한 대안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Q.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류는 '자가격리'라는 전례 없는 경험을 했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동물원의 동물들도 야생에서 격리돼 조그만 우리에 갇혀 살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 통찰을 얻을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전문용어인데 '동물 행동 풍부화', '환경 풍부화'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야생 상태에서는 동물들이 먹이를 쫓아 다니고,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느라 긴장 상태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죠. 반대로 동물원의 동물들은 이러한 문제점이 없으니 무료함에서 오는 이상 행동을 보일 때도 있고, 비만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요. 그 때문에 번식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그래서 동물원에서는 움직이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일부러 먹이를 감춰놓거나 주변의 환경을 자주 바꿔주죠.
인간과 가장 흡사한 형태의 사회구조를 이루고 사는 동물이라면 원숭이를 들 수 있을 겁니다. 동물원의 원숭이 한 마리를 치료 목적으로 따로 격리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기존 서열 속에 한 부분이 빠지게 되는 거죠. 장기간 치료 받던 그 원숭이가 다시 무리 속에 들어갔을 때, 그 무리들이 안 받아 주었습니다. 서열의 문제도 있을 테고, 이미 해당 원숭이가 없는 상태로 관계가 재설정됐다 보니 혼란을 느끼기 싫어서의 이유도 있었겠죠.
반려동물인 개는 보호자와 애착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떨어지게 되면 분리불안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호자가 없으면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거나 아무 데에나 배변을 한다든지 집 안에 물건을 망가뜨리는 파괴 행동 같은 것이요. 우리가 흔히 굉장히 영리하다는 앵무새의 경우에도 동료나 보호자와 자주 접촉하지 못하는 경우에 이상 행동이 나타납니다, 자해 행위 같은 건데요. 털을 부리로 뽑는 식이에요. 동물들이 그렇게 무료함이나 외로움을 느끼고 이상 행동을 보이게 되면, 치료가 상당히 힘들어집니다. 환경 전체를 개선해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린 원숭이 개체들이 있었습니다. 한 어미에서 태어난 2살 터울 자매였는데 어미가 죽으니까 다른 개체로부터 공격을 많이 당하는 거예요. 어린 새끼인데 자꾸 다치니까 한 녀석을 격리해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언니 뻘 되는 두 살 위 원숭이가 밥을 안 먹는 거예요. 먹이 먹는 게 시원치 않고 자꾸 행동도 아둔해지는 것 같고.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언니 동생을 같은 곳에 지내게 했거든요. 그랬더니 다시 밥을 잘 먹고 활동이 건강해지는 거예요
동물 중에 정형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지능이 좀 있다 하는 동물들이 그런 행동을 많이 하는데 우리를 8자로 배회하거나, '상동증'이라 해서 똑같은 길을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아요. 고개를 흔들거나 팔을 계속 떠는 개체들도 있습니다.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거죠, 생각 없이.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엔 동물 세계에서 평소 훈련되거나 익숙하지 않은 채 갑자기 격리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주는가. 유추해서 보면, 물론 지능적으로 뛰어난 인간은 좀 더 자신을 돌보는 능력이 우수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격리가 장기화될 경우 영향을 받게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Q. 인수 공통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엔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가 지금 코로나 팬데믹의 대응책으로 사람 간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거리두기는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가장 으뜸 가는 요소예요. 서식지를 보호하고 개발을 제한해야 하죠. 쉽게 표현하자면 도심에 멧돼지가 출현하는 문제도 그들의 통로를 우리가 잘랐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에요. 서식지가 축소되면서 같은 종끼리 단절되고 조각화된다고 하죠. 그럼으로써 종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개체수도 감소되는 거예요.
인간의 웰빙에 대한 욕구의 피해자는 바로 자연 생태계이거든요. 시스템적으로 인간의 욕구를 인위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그런 조치가 필요해요. 간단한 예로 서울 인근 명산이라는 명산에 가 보면 둘레길이라든지, 데크 같은 걸 설치했습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친환경적이라고 말하지만 상당히 부적절한 행위거든요. 동물의 이동을 차단하거나 방해를 하는 장애물이 되는 겁니다. 신종 감염병은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지내고 있었던 생태계에 인간이 무리하게 들어가서 어지럽히고. 간섭하고, 접촉하면서 발생하고 확산되는 거예요.
「참고문헌 · <신종 감염병의 이해와 대비 대응 방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 · <Events in animals>, 세계동물보건기구 (OIE) · <동물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사례 보고>, 주간 건강과 질병, 제14권 제 3호,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 정보관리팀, 위기분석 담당관 정라경, 이효숙, 권동혁」 |
발생부터 대처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는 인간과 동물이 맺고 있는 관계와 촘촘히 얽혀 있습니다. 인간이 함부로 좁힌 거리의 대가는 컸습니다. 앞으로 인류는 생태적으로 올바른 동물과의 공존 거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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