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장관 후보자님의 똘똘한 재테크

고정현 기자 2021. 2. 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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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바로 앞 목조주택 구매했다 공직 임명되자 증여


● 정의용 외교 장관 후보자 부인, 2009년 북아현뉴타운 근처 부동산 매입

서울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북아현뉴타운 사이 상가지역. 뉴타운 내 아파트 주민들이 내건 '18층 주상복합 건설 결사반대'란 현수막 앞으로, 건물 철거를 위해 분주하게 오가는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북아현뉴타운 1-3구역 앞에 위치한 가칭 '북아현 4구역'으로 불리던 곳이다.

정의용 후보자 부인이 구매한 부동산 부지 바로 옆 뉴타운 주민들이 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17대 의원직을 끝내고 야인으로 있던 2009년 8월, 정 후보자의 부인 김 모 씨는 지인 2명과 함께 이곳에 있는 토지(81㎡)와 주택(49㎡)을 구매한다. 가격은 7억 7천만 원. 정 후보자의 부인이 지분 절반을 가졌으니 3억 8500만 원을 투자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 부인이 매입한 주택은 이미 철거됐다. 나뒹구는 나무 기둥과 아직 철거되지 않은 옆집을 보면서 대략적인 과거 모습을 추정할 뿐이다. 근처 부동산 관계자는 "나무로 된 뼈대에 벽돌로 벽을 쌓아 올린 집으로 가스도 들어오지 않던 집"이라고 기억했다. 당시 서울 용산에 거주하던 정 후보자의 부인은 이런 낡은 목조 주택을 왜 지인과 함께 구매했던 것일까.

정의용 후보자 부인이 2009년 구매한 북아현동 부동산이다. 지금은 철거돼 해당 부동산 주택 골조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 기둥이 널부러져 있다.


● 2009년 북아현 일대 부동산 들썩…"좋은 말로 투자 나쁜 말로 투기"

2009년은 북아현 뉴타운이 한창 진행되던 시절이다. 1월 발생한 용산 참사로 도심 재개발에 대한 사회적 비판 분위기가 있었지만, 1년 전 이미 서울시 결정고시까지 받은 북아현뉴타운은 거침이 없었다. 길 건너 아현뉴타운까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청사진이 제시돼 이 일대 부동산은 개발 기대감에 들썩들썩거렸다.

그런데 정 후보자가 구입한 지역은 이미 북아현 뉴타운에서 빠진 상태였다. 용도지역이 '근린상업지역'이거나 '준주거지역'인 곳은 자체 개발할 경우 수익성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해 자진해 뉴타운에서 빠진 것이다. 아현역부터 이대역까지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일대가 가칭 '북아현 4구역'으로 불린 이유다. 하지만 '4구역'은 정식으로 관청의 허가를 받은 적 없고, 지금은 사실상 종합 개발이 무산돼 몇 개 필지를 모아 구역별로 자체 개발을 추진 중이다. 4구역 개발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2009년 외부 사람이 부동산을 매입한 건 앞으로 개발이 이뤄지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돈을 박아놓고 있으면 나중에 뭐가 되겠지(가격이 오르겠지)라는 식으로 매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좋은 말로 투자이고, 나쁜 말로 하면 투기"라고 밝혔다.

● 고액 연봉 두 아들에 부동산 증여

정 후보자 부인은 2017년 6월 자신의 지분을 40대였던 장남과 차남에게 증여한다. 2년 4개월 뒤인 2019년 10월, 두 아들은 나머지 지분 절반을 가진 2명과 함께 부동산 시행업체에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는데, 받은 금액은 14억 5000여만 원이다. 정 후보자의 가족만 놓고 보면, 부인이 3억 8500만 원을 투자했고, 두 아들이 7억 2600만 원을 받았다. 10년 만에 3억 41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다.

정의용 후보자 부인이 구매했던 북아현동 부동산 등기부등본. 2017년 6월 두 아들에게 증여했다.


정 후보자는 "퇴직 후 상가 임대료를 받아 노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할 목적이었고, (개발 계획은) 공인중개사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2017년 5월 공직을 다시 맡으면서 계속 보유하는 것이 부적절해 처분하고자 했지만 매입자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두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설명했다. "증여세는 모두 냈다"고 덧붙였다. 재개발 근처 지역에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 '공직자로서는 부적절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공직 임명 후 한 달 만에 증여할 정도로 매입자를 찾는 게 촉박했는지도 의문이다. 참고로 정 후보자의 두 아들은 외국계 회사에서 각각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 번도 거주한 적 없는 아파트 팔아 3억 5천만 원 시세차익…"현 정부 기조와 무관"

북아현동 부동산은 '거주의 목적'으로 구매한 주택과 토지는 아니다. 시세 차익이 됐든 개발 후 상가를 분양 받든 분명 재개발로 인한 수익 상승을 기대하고 구매한 부동산이다. 정 후보자가 '거주의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부동산을 매입한 건 2009년 만은 아니다. 1999년 1월 서울 한남동 신축 빌라 대형 평수(매입가 6억 4300여만 원)를 매입하고 2월엔 경기 용인시 보정동에 있는 대형 평수(분양가 4억 4700여만 원)를 분양받는다. 한남동 빌라는 지금도 보유 중이지만, 용인 아파트는 2008년 4월 8억 원에 매도했다. 분양받은 지 9년, 입주(2003년 6월)가 시작된 지 5년 만에 팔아 3억 5000여만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단 한 번도 용인 아파트에 거주한 적 없었고, 5년 내내 전세 임대를 줬다.

정 후보자가 소유했던 용인 아파트의 경우 우여곡절이 많은 아파트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철골조'인 데다 사실상 국내 1세대 '아파트 브랜드'를 달고 나와서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IMF 여파로 분양 직후 시공사가 부도가 나 공사 기간이 길어진 불운을 겪었다. 그럼에도 비교적 IMF 여파가 덜 미친 곳인데, 근처 부동산 관계자는 "IMF 직후임에도 대형 평수에 고급 이미지가 강해 강남 현금 부자들이 줄 서서 사간 곳"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의용 장관 후보자가 분양받았던 경기 용인 아파트의 1998년 당시 분양 광고.


취재진은 용인 아파트 매도와 관련해 정 후보자에게 "주택을 거주 목적으로 삼는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정 후보자는 "99년 한남동 매입 당시 전 소유주가 장기 (임대) 계약을 해 입주가 불가능했고, 용인 아파트는 분양 아파트라 입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후보자 자신도 "주택을 전세로 임대해 거주한 바, 당시 상황은 현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와는 무관하다"라고 덧붙였다. 

고정현 기자y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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