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배워서 배달, 꼴이 거지 같다" ..라이더는 슬프다

오진영 기자 2021. 2. 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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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학원 근무자가 배달기사에게 내뱉은 폭언으로 '배달 갑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폭언·부당한 요구 등 일명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배달기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게시글에 따르면 A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배달기사는 지난 1일 동작구의 한 학원으로 음료 배달을 하러 갔다.

고객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배달기사를 5~10분 정도 기다리게 했으나, 배달기사가 결제를 요구하자 돈을 지불한 뒤 배달대행업체 사장인 A씨에게 연락해 불만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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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하니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 배달이나 한다"

A학원 근무자가 배달기사에게 내뱉은 폭언으로 '배달 갑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폭언·부당한 요구 등 일명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배달기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로 배달 물량이 늘면서 배달 문화를 둘러싼 문제도 늘고 있다.
"꼴이 거지 같다"…배달기사 향한 무분별한 비하 발언
7일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배달 노동자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 = 뉴스 1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폭언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등록돼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자신을 배달대행업체의 사장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너무 화가 나 글을 쓴다"며 녹취록을 함께 게시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A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배달기사는 지난 1일 동작구의 한 학원으로 음료 배달을 하러 갔다. 이 학원에서 근무하는 고객이 주소를 잘못 적어 배달기사가 두 번 학원을 방문했고, 배달기사는 주문자에게 배달비를 추가 요구했다.

고객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배달기사를 5~10분 정도 기다리게 했으나, 배달기사가 결제를 요구하자 돈을 지불한 뒤 배달대행업체 사장인 A씨에게 연락해 불만을 제기했다. 고객은 A씨에게 "공부를 못하니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 배달이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말씀이 심하시다. 손님이 애초에 주소를 잘 적으셨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으나, 주문자는 "배달기사들이 문신하고 부릉부릉 놀면서 다니는 것 내가 모를 줄 아느냐"며 "돈 있는 사람들이 배달하는 것 못 봤다. 니네들 꼴이 거지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글을 올린 누리꾼 A씨가 실제 피해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가 가입된 배달대행업체 본사 관계자는 "피해자가 통화내용을 녹음한 것은 맞으나 녹취록을 게시하지는 않았다"며 "녹취록에 담긴 듣기 어려울 정도의 폭언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당 고객이 근무하던 학원 본사 관계자는 "이 고객은 학원 강사가 아니고 셔틀 버스 도우미로 근무하시던 분"이라며 "이 지점에서 1달 동안 근무하다 현재는 퇴사한 상태로, 지점 대표에게 조치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배달 늘자 갑질도 늘었다…"기사 하대하는 문화 탓"
/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

배달기사들은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늘면서 업무 강도가 증가하고, 일부 소비자들의 갑질도 늘었다고 호소한다. 배달종사자 노조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등 배달기사 단체들은 지난 1~2일 인권위에 갑질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을 냈다.

통계청의 지난달 5일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 배달 서비스 총 이용금액은 15조 1841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 이용금액인 8조 6810억원에 비해 6조 5031억원(74.90%) 증가했다.

배달서비스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배달 물량이 늘면서 배달기사들의 업무가 과중해졌다"며 "우리 사회 전반에 배달기사들을 하대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고객이나 경비원들이 반말을 내뱉는 것은 기사들 사이에서 아주 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배달기사들 사이에서는 '배달기사들도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객의 갑질은 개선돼야 하지만, 일부 기사들 중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물량을 소화하려다 교통법규를 어기거나 불친절한 사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배달기사로 근무하는 김모씨(34)는 "배달기사들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라며 "점심·저녁 때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배달을 하려다 고객과 마찰을 겪거나 과속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사들도 분명히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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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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