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첫삽뜨지만"..규제에 '쇼핑몰 아닌 듯 쇼핑몰된' 롯데몰 상암
8년간 표류하던 롯데의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복합쇼핑몰 개발사업이 올해 말 드디어 첫 삽을 뜰 것으로 보이지만, '서북권 최대 쇼핑단지'라는 계획 당시의 초기 목표는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이유로 쇼핑시설 비중을 크게 줄이면서, '복합쇼핑몰 아닌 듯한 복합쇼핑몰'이 돼버려서다. 이에 따라 소비자 후생, 일자리 창출 등 복합쇼핑몰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롯데몰 관련 구체적 계획을 담은 '상암 DMC 특별계획구역 세부 개발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일대 전체 부지(2만644㎡) 중 쇼핑시설 비중은 36%, 오피스·오피스텔(주거용 포함) 비중은 49%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 같은 수정 가결안을 토대로 상생평가와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등을 거친 뒤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에 착공에 들어가 2025년쯤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롯데몰 상암이 완공되더라도 초기 계획과는 매우 달라진 모습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당초 롯데 측은 쇼핑시설 비중을 82% 수준으로 계획했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시네마 등을 모두 입점시켜 서울 서북권 최대 쇼핑단지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2017년 완공 예정이던 계획은 내내 밀렸다. 전통시장과의 갈등이 문제였다. 망원시장 등 인근 상인들은 골목상권을 보호해달라며 롯데몰 상암을 강력 반대했고 결국 롯데 측은 롯데몰 상암에서 롯데마트, 롯데슈퍼(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을 모두 입점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사이 코로나19(COVID-19)가 발발했고, 롯데 측은 유통의 온라인화가 거센 점이나 복합쇼핑몰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점 등을 고려해 쇼핑시설 비율을 30% 초반대로 낮춰 서울시에 제출했다. 나머지는 오피스·오피스텔로 활용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서울시 측은 다시금 상암동 일대 부족한 관련 기능을 채워야한다는 등의 이유로 쇼핑시설 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한 복합쇼핑몰 업계 관계자는 "마트도, SSM 입점도 안된다고 하니 롯데 입장에서는 전통시장과의 갈등도 줄일 겸 차라리 쇼핑몰로만 쇼핑시설 비중 30%를 채우고, 나머지를 오피스로 활용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또 이번에는 쇼핑시설 비중을 높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르게하는' 규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서울시가 상생을 이유로 규제 일변도 관점에서 롯데몰 상암의 심의를 지연시키다가 이 부지에 복합쇼핑몰 입점을 계획할 당시에 기대했던 긍정적 효과들을 놓쳐버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복합쇼핑몰 업계 관계자는 "한 복합쇼핑몰당 5000여명 고용효과가 발생하는데, 롯데몰 상암이 착공이 지연되면서 수년간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나타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복합쇼핑몰이 오픈할 경우 주변 상권이 활성화하는데, 완공이 늦춰지면서 이 같은 효과도 얻지 못했다. 실제 한국유통학회의 '복합쇼핑몰이 주변 점포 및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카드 데이터를 토대로 스타필드시티 위례 주변 상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출점 1년 만에 반경 5㎞ 내 상권 매출이 6.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쇼핑몰의 쇼핑시설 등이 집객효과를 일으키면서 인근 상권을 함께 성장시켜 전체 매출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처럼 복합쇼핑몰이 주변 상권을 살리고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는 측면이 적지 않아 최근에는 오히려 소비자들이 먼저 복합쇼핑몰 입점을 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앞서 2017년 롯데몰 상암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지역 시민단체 서부지역발전연합회는 "복합쇼핑몰을 통해 5000여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발생하고 서부지역 개발의 핵심 축으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편의시설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며 롯데몰 상암 입점을 촉구하는 청원을 서울시에 제기했다.
업계는 롯데몰 상암의 쇼핑시설 비중이 매우 작아 결국 소비자 후생 증진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복합쇼핑몰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롯데 입장에선 롯데몰 상암내 쇼핑시설 비중이 줄은 게 오히려 호재일 수도 있겠지만, 주변 소비자들 입장에선 선택권이 줄고 편익이 감소하는 등 복합쇼핑몰로 누릴 수 있는 후생이 많이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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