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검찰개혁이 정의이자 민생..제왕적 총장제 개혁해야"

김동환 2021. 2. 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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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40여쪽 분량 '검찰개혁' 관련 문서 블로그에 공개 / "상급자 '평정'이 檢 상명하복 문화 만들어",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가 아니다", "구속 후 자축하고 좋아하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 등 생각 밝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3일 “수사와 기소는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게 1년 전”이라며 “지금 국민의 인식 속에는 수사와 기소는 분리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공수처 설치는 물론이고 수사청과 기소청의 설립 필요성까지 각인됐다”고 지난 세월을 곱씹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미완의 개혁, 검찰개혁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막연했던 구호가 아닌 실전으로서 검찰개혁을 구체적으로 절감하며, 더욱 분명하고 또렷하게 다가온 검찰개혁의 과제를 정리해보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검찰개혁이 곧 정의이며 공정이자 가장 중요한 민생이기 때문이다”라고도 했다.

그는 표지를 포함해 40여쪽으로 구성된 ‘국민의 검찰로 가기 위한 3대 개혁안, 검찰개혁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문서가 게재된 블로그 주소도 공유했다.

지난 1년여 치열했던 검찰개혁 경험을 토대로 미완의 검찰개혁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국민에게 공개하게 됐다고 배경을 언급한 그의 문서에는, 이임식 전날인 지난 1월26일자로 찍힌 ‘법무부장관 추미애’라는 발제자명이 남아 있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공개한 ‘국민의 검찰로 가기 위한 3대 개혁안, 검찰개혁은 계속 되어야 한다’라는 제목 문서의 목차. 해당 문서 캡처
 
추 전 장관은 해당 문서의 ‘수사권 개혁’이라는 제목의 첫 장에서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가 아니다”라며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면 성과 추구 및 유죄 예단으로 ‘수사가 곧 기소’로 이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가 “심판자가 아니라 선수이자 당사자가 된다”며 “검사가 직접 피의자를 조사하고 영장집행에 관여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은 객관적인 고소관이자 수사과정의 위법·부당을 통제하는 사법통제관으로서의 검사 본연 역할과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검사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 저해라는 근본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개선을 위해 “검찰의 본래 기능과 배치되는 ‘정보기구’를 폐지하고, 직접 수사부서를 통폐합해서 대폭 축소해야 한다”며 “형사부에서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고, ‘검·경 협력부서’ 신설로 경찰의 역할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형사부와 관련해서는 현재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 및 처리에 관한 사항’으로 형사부 업무를 정의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13조’의 내용을 ‘송치 및 송부된 형사사건의 수사 및 처리에 관한 사항’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사와 기소의 분리 방안으로 검찰청을 ‘공소청’과 ‘수사청’으로 분할하자며, 수사와 기소, 분야별 수사기관으로 권한이 분할되고 서로 견제됨으로써 인권보호와 범죄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추 전 장관은 현재의 검찰 조직문화가 ‘상명하복 군대식 문화’라고 진단했다.

구체적 기준 없는 사건 배당으로 투명하지 않은 자의적 배당, 정치적 고려에 의한 배당, 전관예우를 위한 배당으로 국민적 불신을 낳는다면서, 검사들간에 차별적인 특혜배당과 폭탄배당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법원은 사건배당 시스템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오면서 관련 고려사항을 매우 상세하게 예규에서 규정한다”고 비교했다.

특히 상급자들의 ‘평정’이 상명하복 문화를 형성한 가장 큰 요소라고 봤다. 법원(연 1회)과 달리 매년 두 차례 이뤄지는 상급자의 평정으로, 이른바 잘 보이기 위해 검사들이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면서 “평정에 객관적 기준이 없으며, 대상 검사는 자신이 어떻게 평가를 받았는지 혹은 제대로 평가받았는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결국 상급자의 선처를 바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결과가 전보 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검사들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상급자의 평정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추 전 장관은 강조했다.

그는 개선방안으로 “1년 두 번인 평정을 한 번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인사이동 시에만 평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평정 당시 상급자는 이전 상급자들의 평가자료를 참고하고 의견을 듣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후에는 당사자의 적극적인 ‘이의신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대한민국에는 검사가 1명뿐이다라는 말이 있다”며 “법률 개정을 통해 자의적 제왕적 총장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각급 검찰청 검사장을 통해서만 검사를 지휘하게 하고 중요하거나 이견이 있는 사건은 대검 부장회의 의견을 듣도록 한다면서, 부득이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한해서 대검 소속 검사에 대해서만 ‘직무’를 변경하게 하고 그 사유를 고지하도록 규정하자는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의 일부. 페이스북 캡처
 
한편, 추 전 장관은 “수사는 본질적으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라며 “‘수사권’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수사를 수사기관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권위주의적 사고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위 나쁜 놈을 잡아넣는 정의로운 행위로서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칼’이라는 관점으로 수사에 접근한다면 구시대적 수사방식의 유혹을 이기기 어려우므로, 권리가 아닌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구속 후 자축하고 좋아하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며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검사 지위와 맞지 않는다”고, 구속을 ‘실적’으로 생각하는 문화의 변화 필요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사적 감정’으로 수사해서는 안 되고, ‘먼지털이식’ 수사도 안 된다”며 “정의가 지나치면 오히려 거짓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검사는 근대 시민혁명에 의해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했음을 자각해야 한다”며 “전근대적 반인권적 괴물이었던 경찰 권한의 분산·통제를 위해 도입된 검사제도가 그 모든 권한을 갖게 된다면 전근대적 경찰과 같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수사청이 아니라 검찰청으로서, 검사는 수사관이 아니라 법률전문가이자 인권옹호관, 객관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인권 중심으로 생각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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