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한달, 경찰 1만9543건 불송치..큰 '변화' 아직(종합)
경찰 "추이 더 지켜봐야"..檢 재수사 요청비율은 1.5%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을 뼈대로 한 형사소송법이 올해 1월1일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수사권 조정 핵심은 경찰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한을 폐지한 것이다.
경찰이 무혐의로 자체 판단한 사건을 과거와 달리 검찰에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경찰이 이처럼 '불송치'한 사건은 수사권 조정 안착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송치 '수치'만 놓고 볼 때 아직 뚜렷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3일 경찰청이 내놓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1개월 경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1월1일부터 한 달간 불송치·검찰송치·수사중지를 결정한 사건은 총 6만7061건이다.
이 가운데 불송치 사건은 전체 사건의 약 28.9%인 1만9543건이다. 경찰이 접수한 사건 10건 중 약 3건은 검찰 판단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종결한 것이다.
불송치는 형사소송법 시행 전 '불기소의견'에 해당한다. 불기소의견은 범죄 혐의 인정이 어려울 경우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제시하는 의견이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경찰은 의견 제시 없이 자체 종결할 권한이 생긴 것이다.
불기소의견은 유형별로 Δ혐의없음 Δ죄 성립 안됨 Δ공소권없음 Δ기소유예 Δ기소중지로 나뉜다. 다만 경찰이 계산한 지난 달 불송치 건에는 기소중지(현재 수사중지) 횟수가 빠졌다.
지난 1월 송치와 불송치 비율은 7대3이다. 최근 5년간 기소의견과 불기소의견(기소중지 제외)'의 평균 비율은 6대4이다. 경찰의 혐의인정 판단 비율이 소폭 상승했으나 눈에 띄는 변화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시행 초기라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수사중지 건은 총 6187건이며 전체 사건의 9%로 나타났다. 수사중지란 참고인의 소재 불명 같은 사유로 수사를 종결하기 어려울 경우 잠정적으로 수사를 중지하는 처분이다.
과거 경찰의 수사중단도 검사의 지휘체계 하에 결정됐다. 당시엔 '기소중지'로 불렸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경찰 지휘권이 폐지돼 경찰은 수사 중지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 사건기록을 90일간 보유하면서 불송치 결정이 위법 부당하거나 보완해야 할 경우 해당 사건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수사중지 결정에 대해선 30일간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재수사를 요청한 것은 총 310건으로 전체 불송치 사건의 1.6%에 그쳤다. 수사중지에 대한 시정 조치 요구는 93건(1.5%)이었다.
검찰이 경찰의 자체 판단을 사실상 거의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검찰의 재수사 요청과 관련해 경찰은 "추가 사실관계 확인, 근거보강 요청, 적용법조 재검토 등 사건의 완결성을 기하기 위한 '보완수사' 성격에 가까운 요청이 대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불송치 사건에서는 법령의율 착오, 첨부서류 누락 등 수사가 미진했던 부분이 확인돼 경찰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최승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경찰청 수사국장)은 3일 경찰청에서 진행된 백브리핑에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사건 처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검찰이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재수사 요청을 하게 돼 있어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수사권조정 후속 조치로 경찰수사의 총괄·조정기구인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책임수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올해 정초부터 '이용구차관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가수사본부의 수장인 '본부장' 인선을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찰이 이 차관 사건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수사권 종결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본부장 인사는 설 연휴 이후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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