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시진핑 통화 불편했나..늦어지는 한미 정상통화에 靑 진땀

최은지 기자 2021. 2. 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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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황교안 '9일', 오바마-이명박 '13일'보다 늦어지고 있어
'코로나·국제현안' 등 美 국내상황 탓이라는 관측도..靑 "시점보다 내용 중요"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약 2주가 지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리측 실무진 차원에서의 준비는 마무리됐고, 한미 양국 간 정상통화 시점을 최종 조율하는 단계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했고, 다음날 스가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청와대는 당시 한미 정상 통화가 "곧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주 초쯤 통화가 이어질 전망이 나왔지만, 당초 전망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례상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정상통화 순서는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의 주요 동맹국과 이스라엘, 인도·태평양 동맹국가 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Δ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22일) Δ안드레스 미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23일) Δ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23일) Δ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24일) Δ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25일) 등 북미, 유럽 국가 정상들과 정상통화를 했다. 이어 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26일) Δ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27일) 등의 순으로 전례를 따랐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순위로 통화했던 이스라엘, 미국과 중요한 동맹국인 호주와도 정상통화를 하지 않았다. 아시아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의 정상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례적이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 정상통화 시점이 주목되는 이유는 미일 정상통화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스가 총리는 일본 시간으로 새벽 1시 전후, 이례적인 시간에 정상통화를 했다. 자국내 정치상황에 따라 일본측이 부담스러운 시간을 감수해서라도 조기에 미국 정상과 통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읽히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한국이 후순위로 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우리측이 예상했던 '이번주 초'보다는 정상통화가 늦어지면서 실무진에서의 긴장감은 역력하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상황이 이례적이라 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시절 전례를 고려할 때 한미 정상 통화가 늦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는 2009년 1월20일 취임 후 같은 달 아소 다로 일본 총리(2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30일)에 이어 2월3일 이명박 대통령과 아시아 국가 중 세번째로 통화했다. 시차를 고려할 때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13일만에 한미 정상 통화를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7년 1월20일 취임한 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28일)에 이어 3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했다. 취임 후 9일만의 통화다.

3일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3일째를 맞이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늦은 한미 정상 통화가 될 전망이다.

한미 정상통화가 전망보다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미국측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이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취임 후 미중 갈등과 이란 문제에 미얀마 군부 쿠데타 등 외교적 현안이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의 상황이 특수하다 하더라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 통화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중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중 정상 통화가 먼저 이뤄진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이러한 해석에 선을 그었다. 한중 정상 통화가 먼저 이뤄진 이유에 대해 "한국과 중국의 설 연휴 및 춘절을 앞두고 신년인사차 이뤄진 것"이라며 양국 정상 통화 조율은 지난해부터 협의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청와대는 통화 시점보다 통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첫 대북메시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면 정상회담이 아닌 만큼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의지를 확인하는 수준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능하면 조기에 한미 정상 간의 교류를 보다 조기에 그렇게 성사시켜서 양 정상 간의 신뢰나 유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한반도 문제 또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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