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논란 SK하이닉스..민노총 소속 노조, 법적대응 준비
SK하이닉스 직원들, 성과급 불만 갈수록 고조
회장·부회장·CEO까지 나섰지만 ‘백약무효’
인사평가 제도 관련, 민사소송도 조만간 진행
SK하이닉스(000660)의 ‘성과급 논란’이 법적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SK하이닉스의 복수노조 중 하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가 법적 대응을 준비하면서다. 현실적으로 성과급으로 불리는 초과이익분배분금(PS)이 노사협의 사항이 아닌 만큼 실제 법으로 다투더라도 승소 확률이 높진 않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연봉 반납 선언에도 내부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3일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 관계자는 "(PS 지급 관련) 지금 공개할 수는 없지만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다"며 "변호사와 얘기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복수 노조 체제다. 한국노총 산하 이천·청주공장의 전임직(생산직) 노조와 2018년 9월 결성된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로 구성된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전임직 노조와 연대를 시도했지만, 합동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전임직 노조는 "(연대 등의) 사실은 없다"고 했다. 전임직 노조는 오는 4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경영진과 PS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더라도 승소할 확률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다른 사례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 퇴직자 2명은 사측을 상대로 "성과급을 포함해 재산정한 퇴직금의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에서 패소했다. 당시 SK하이닉스 측은 보수 규정에 성과급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기술사무직 노조 역시 성과급 지급이 노사 협의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사무직 노조 규모가 전임직 노조와 비교해 적은 만큼 실제 효과도 의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직원 수는 총 2만8894명이다. 이천공장의 경우 노조 가입 대상자 8047명 중 7925명, 청주공장은 5232명 중 5212명이 노조에 가입해있다. 가입 대상자 10명 중 약 9.9명이 노조에 가입한 셈이다. 반면 기술사무직 근로자는 약 1만5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실제 가입자는 1000명 수준으로 전해졌다. 최근 PS 지급에 불만이 제기되면서 가입자 수가 증가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술사무직 노조는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불리한 상황임을 인지하면서도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가 법적 대응 절차를 진행 중인 것은 그만큼 성과급 지급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지난해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박정호 부회장도 노조에 "조만간 대화 자리를 만들겠다"며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사장도 전날 사내망을 통해 성과급 논란을 해명했지만,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SK하이닉스의 경쟁사들이 경력직 채용에 나서자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탈(脫)SK하이닉스"를 외치는 일부 직원들의 글이 게재되고 있다. 심지어 SK하이닉스 재직자가 경쟁사인 삼성전자로 입사하는 게 낫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편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회사가 기술사무직을 대상으로 도입한 인사 평가 제도 ‘셀프-디자인’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기술사무직의 연봉은 기준급, 업적급 등으로 구성되는데 셀프 디자인을 적용하면 임원이 업적급 적용률을 큰 폭으로 조정할 수 있어 연봉이 불합리하게 삭감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또 노조는 사측이 이런 인사 평가 제도를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 이런 사실을 전달했고, 이와 별개로 민사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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