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보호책임 소홀"..시민단체, 아동보호전문기관 고발
유기치사·업무상 과실치사·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업무 지침 준수했다면 피해 아동은 살아있을 수도"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해 양부모의 지속적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입양 전 본명)양의 생전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 조사를 진행했던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이 경찰에 고발당했다. 이 고발을 주도한 시민단체는 ‘학대 아동을 보호할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설명했다.
정인양이 지난해 2월 양부모에게 입양된 뒤 숨지기 전 세 차례 아동 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강서 아보전은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아이를 양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인양은 검찰 조사 결과 양어머니 장모씨 등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과 강서 아보전의 역할에 논란이 일었다.
이날 협회는 고발 전 기자회견을 열고 “강서 아보전은 서울시로부터 피해 아동 신고와 현장 출동 사례 관리를 목적으로 위탁을 받아 8억 2091만원 상당을 지원받았으므로 강서 아보전 관계자들은 ‘부조(도움)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정의했다.
협회는 이어 “강서 아보전 관계자들은 그런데도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세 차례 신고된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이들은 같은 기간 아보전 업무수행 지침을 다수 위반한 업무상 과실로, 양부모에 대해 아동 학대 혐의가 없다고 판정하는 등 학대 재발을 방지하지 않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들이 지난해 6월 29일 정인양이 차 안에 30분 이상 방치돼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는데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사건 장소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해 경찰을 속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서 아보전 관계자들이 사건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 경찰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증거로 확보하지 못하는 등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협회는 “강서 아보전 관계자들은 경찰에 신고자 신분을 보호한다는 명목을 댔지만, 신고 발생 장소를 경찰에게 알려주지 않은 건 신고자 보호와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이자 오히려 증거 확보를 고의로 방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이 증거를 확보해 양부모를 수사했다면 피해 아동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협회 측 주장이다.
공 대표는 또한 “이들은 아동학대를 최일선에서 발견하고 아동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학대 가해자인 입양 부모와 친분을 쌓고 학대 의심을 벗겨주는 일에 일조했다”며 “다른 어떤 것보다 엄격하게 수사하고 엄하게 다스려 다른 아보전 종사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게 해 달라”고 경찰에 촉구했다.
한편 정인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온몸에 멍이 든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 정인양은 당시 머리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었으며, 이를 본 병원 관계자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과 검찰은 양부모의 지속적 학대로 정인양이 숨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정인양의 양모 장씨를 살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 학대 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장씨는 작년 6월부터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아이의 등 쪽에 강한 힘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양아버지 안모씨는 학대를 방임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첫 재판은 지난달 13일 열렸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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