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사퇴 압박에도 홍남기, 전국민 보편지원 반대.."어제 글은 절제된 표현"

세종=박정엽 기자 2021. 2. 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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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이견, 확정된 것으로 오해될까 절제된 표현"
다시 반대 입장 강조하며 버티기 들어가
전날 전국민 지원 반대 입장속 '지지지지’ 표현 주목
'그침을 안다는 知止' 표현, 거취 고민으로 해석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전국민 대상, 소상공인 선별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다는 이유로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관련 ‘전(全) 국민 보편지원은 안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페이스북 글은 재난지원금과 추경과 관련한 이견 사항이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 봐 재정 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에서 보편·선별 지원 병행 추진을 언급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던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관가에서는 여당이 제안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반대하면서 쓴 표현 ‘지지지지(知止止止)'를 놓고 다시 한 번 거취 문제를 거론하며 배수진을 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올린 위의 글 마지막에 "최선을 다한 사람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담백하게 나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의연하고 담백하게 나아가기를 바란다"면서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썼다. 이어 "우리 기재부 직원들의 뛰어난 역량과 고귀한 열정, 그리고 책임감 있는 사명감과 사투 의지를 믿고 응원한다"며 끝맺었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표현이다. 부총리직 등 본인 거취를 고민으로 읽힐 수 있는 표현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여당의 방침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부총리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재부 직원의 사투 의지를 믿고 응원한다'는 표현도 예사롭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앞서 홍 부총리는 1·2·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등을 두고 여당과 충돌하다 결국 물러선 적이 있다. 이에 '홍두사미' 등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생겼고, 이번에도 예전처럼 결국 여당 주장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많다.

홍 부총리의 전날 페이스북 글은 소신을 접고 당청의 요구에 끌려다녔던 과거 몇 차례 전철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재부 내에서는 본격적인 대선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밀리면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여당에서 더한 주장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홍 부총리가 버티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선거 시작 전에도 이런 상황인데, 대선을 앞두고 연말에는 선심성 정책들이 남발될 것"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가 여당의 압박에도 선별 지원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은 문 대통령의 의중이 전국민 지원에 있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코로나 거리두기’로 인한 자영업자 등의 영업손실과 관련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법제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당정이 함께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고 표현한 것은 선별 지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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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서는 이날 홍 부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이같은 압박이 정치용 엄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인호 민주당 대변인은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정무직 공직자가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고 했다. 경제부총리를 ‘정무직 공직자’로 폄하하고 메시지 내용은 ‘기재부 내부용’이라고 일축했다.

그렇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이같은 표현이 사태를 키우고 싶지 않은 속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정청 협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했던 홍 부총리가 느닻없이 강경한 소신을 내세운 장면이 상당히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런 당황감 때문에 부총리 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홍 부총리가 사표를 내면 파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사태를 주시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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