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이재명"..유승민·원희룡은 왜 '李저격수'가 됐나 [정치쫌!]

2021. 2. 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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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야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두 명이 여당의 유력 후보 중 단 한명에 대한 집중 저격에 나섰다.

두 사람은 보편 복지론자로 칭해지는 이 지사 때리기를 통해 자신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피력하는 한편, '이슈파이팅'에 능한 그의 맞상대로 자리 잡아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등 일거양득(一擧兩得) 효과를 염두 두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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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잠룡 劉·元, '보편복지론' 李에 맹폭
정치철학·비전 피력하고 '이슈몰이' 효과
'與 선두주자' 때리면서 대중성도 보완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이 지사가 돈풀기를 위해 경제부총리를 겁박하는 태도는 비겁하다." (유 전 의원)

"이 지사가 남긴 빚은 결국 미래세대 청년들이 갚아야 할 돈." (원희룡 제주지사)

"이 지사는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손에 쥐고 있는가. 국가재정을 현금인출기처럼 여기는 발언에 어안이 벙벙하다." (원 지사)

보수야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두 명이 여당의 유력 후보 중 단 한명에 대한 집중 저격에 나섰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거듭 겨냥해 연일 비판을 가하고 있다. 두 사람은 보편 복지론자로 칭해지는 이 지사 때리기를 통해 자신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피력하는 한편, '이슈파이팅'에 능한 그의 맞상대로 자리 잡아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등 일거양득(一擧兩得) 효과를 염두 두는 모습이다.

유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는 전(全)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똑같이 지급하는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은 악성 포퓰리즘이라는 내 비판을 놓고 '국민 주권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공정을 말하면서 불공정하고 반(反)서민적 정책을 펴는 자기모순(에 갇혀있다)"고 맹폭했다. 이어 "경제정책 관점에서 KDI가 지적한대로, (경기도의 이번 재난기본소득은)소비진작효과도 30%밖에 되지 않는 열등한 정책"이라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다그쳤다. 원 지사도 "이 지사는 '알라딘의 요술램프'라도 손에 쥐고 있나 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는 데 대해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 지사도 이에 지지 않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재정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자신의 뜻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의 '주거니 받거니' 설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

유 전 의원과 원 지사가 이 지사 때리기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도 복지 정책에 대한 시선이 아예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보편 복지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공이 돌아가는 '맞춤 복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지사의 주장을 위험한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가만히 두고 보는 것은 '정치적 소명'에 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링 위에 올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들은 이제 보편 복지의 선봉장처럼 굳은 이 지사를 활용하면 자신의 비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고, 더 많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은 이 지사가 갖고 있는 대중적 인지도도 염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일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전국 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32.5%로 1위에 올랐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민주당 지지층의 절반(49.2%)이 이 지사를 지지했고, 무당층(27.6%)에서도 1위였다.

서울대를 나온 중진 의원 출신 등 눈에 띄는 이력을 갖는 유 전 의원과 원 지사의 약점으로는 비교적 취약한 대중성이 거론된다. 이 지사와의 대결을 이어가면 수월하게 '이슈파이팅'의 한 가운데 노출될 수 있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뜬 이 지사를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자신 뿐이라는 점도 꾸준히 어필할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유 전 의원과 원 지사가 영리하게 자신의 전문성을 내보이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이런 가운데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행보로 대중의 시선몰이를 해야 할 것 같다. 4월 재보궐 선거가 끝나면 보다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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