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넘칠까봐 이사 갑니더"..동천 범람 대책은 언제?
■"공사를 해도 또 넘칠 거 같고…앞에 둑이라도 세워주면 안되나요? "
지난해 7월, 두 차례나 범람한 부산 도심 하천 '동천'을 기억하시나요? 시간당 최대 81mm의 기록적인 폭우와 만조 시기가 겹쳐 그 피해가 컸는데요.
부산 부산진구와 남구, 동구 등 3개 구의 축구장 60개에 달하는 면적이 피해를 봤습니다. 인근 주택과 상가 수십채가 물에 잠겼고, 가구마다 100에서 200만원 가량 지급한 재난지원금만 8억이 넘습니다.
취재진이 다시 찾은 동천 하류 일대는 임대 딱지가 붙은 상가가 곳곳에 보였습니다. 다시 범람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사무실을 2층으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이사를 가는 주민도 있습니다. 당장 5개월 뒤면 범람한 지 딱 1년이 되지만, 여전히 바뀐 건 없다고 주민들은 토로합니다.
당시 KBS는 기록적인 폭우와 더불어 범람 피해를 키운 원인들을 지적했습니다.
동천 하천 복원 사업 공사로 설치한 물막이와 가동을 멈춘 배수펌프장 등이 대표적인데요. 부산시는 당시 연구용역을 맡겨 원인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물막이와 배수 펌프장이 실제 위험 요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기록적 폭우인데…물막이 방치·펌프장은 가동 중단
용역을 맡은 대한토목학회는 배수펌프장, 우수관로, 물막이 등 범람 피해 요인들을 각각 독립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물막이 철거, 배수펌프장 작동 유무 등을 놓고 수위를 측정한 건데요. 이 결과 7월 10일 당시 물막이의 설치 여부가 범람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첫 범람인 7월 10일, 동천 하류지역인 동구 자성대 인근에는 높이 4m의 'ㄷ'자 모양 물막이가 있었습니다. 부산시 건설본부가 발주한 '동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공사였습니다.
물을 퍼내고 땅을 파 아래에 해수도수 배관을 묻는 작업중이었습니다. 부산시는 집중호우 예보에 따라 물막이 일부를 철거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하루 전까지만해도 물막이는 중간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은 것 외에는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또 물막이를 설치한 구간은 홍수벽도 일부 철거됐습니다. 대한토목학회는 물막이를 철거 했을 경우 최대 90cm 이상의 수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결국 물흐름을 막은 물막이로 수위가 급격하게 올라가 침수 피해가 더 커진 겁니다.
배수펌프장은 두 차례 범람에서 모두 말썽이었습니다. 지상에서 50cm위에 설치됐지만 갑자기 물이 들어차 전기 공급이 끊겨버린 겁니다.
분당 300t의 물을 빼내는 시설이지만 정작 비가 올 때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대한토목학회는 첫 범람 당시에는 자연배수로가 일부 역할을 대신했지만 두번째 범람에는 그보다 많은 비가 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 당장 5개월 뒤면 장마…대비는?
대한토목학회는 동천 중하류 중심의 범람 피해 이유로 '우수관로의 노후화'를 함께 지목했습니다.
동천을 중심으로 설치된 우수관로 90%가 노후했고, 빗물을 담을 수 있는 용용량도 설계빈도도 5~10년이 고작이기 때문입니다. 상류에서부터 수위가 높아진 동천이 하류까지 내려와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산시는 용역 결과에 따라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변화로 잦은 집중호우가 예상되는만큼 시설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부산시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하천 준설과 호안 정비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밖에도 지난해 범람 피해를 계기로 동천 하류지역 일대가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돼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됩니다. 총 사업비 100억을 활용해 저류조 시설과 펌프장 용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피해보상은 소송전으로 넘어갔습니다. 동천 하류 인근 상가 5곳이 부산시를 상대로 10억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건데요. 주민들은 피해 원인이 부산시의 관리 부족으로 나온 이상 집기류와 영업 피해액 등을 산정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재난지원금 외에 별도의 피해보상액이나 규모는 산정하지 않고, 재판을 통해 판가름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피해보상보다 여기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동천 인근에서 사는 주민들입니다. 취재진이 동천 범람 이후부터 최근까지 인근 주민들을 만났을 때 들은 질문은 매번 같았습니다.
"언제 해준대요?"
이들이 요구하는 건 앞으로의 '대책'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상인과 주민들은 이사를 가야할 것 같다고 불안함을 토로하면서도 결국은 여기서 더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수십 년간 터전을 잡고 살아온 이곳을 떠나지 않고 싶다는 겁니다.
당장 5개월 뒤면 범람한 지 1년이 되지만,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중장기적인 계획에 머물러 있고, 당장 비가 내리면 같은 상황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하지 않을까요?
김아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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