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내 주식이 공매도에 이용된다

2019년 10월 이전 주식계좌는 임의 공매도 가능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서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공매도 반대' 홍보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2021.02.0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주식 대차 전 확인차 전화했습니다. 이미 동의하셔서 전화할 필요가 없었으나, 고객의 의사를 재차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지난달 50대 여성인 A씨는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증권사로부터 이같은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이 전화를 통해 자신이 이미 주식 대차를 허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증권사에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항의했으나 증권사의 대답은 "계좌개설 당시 동의했었다"고 받아쳤다.

결국 A씨는 증권사와의 실랑이 끝에 주식 대차 서비스를 해제했으나 기분은 크게 상했다. 주식 대차 중 일부가 공매도에 활용됐을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A씨는 "주가가 오르길 기대하며 샀던 내 주식이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단 사실을 주식 거래 몇 년만에 처음 알게 됐다"며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 및 종목토론방 등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주식이 자신도 모르는 새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에게 대차됐던 사례가 최근에도 확인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은 아예 주식대여 서비스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같은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민원이 이어지자 공매도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10월17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가 협의해 '금융투자회사의 증권 대차 및 공매도 업무처리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이는 업계 사상 처음으로 공매도 업무와 관련된 모범규준이 마련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민원과 지난 2018년 발생한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사태가 큰 영향을 줬다.

이에 금융당국과 금투협은 '고객계좌 주식의 리테일풀 편입을 위해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고객과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명시했고, '소유주식의 대여에 동의하는 고객에게 해당 대여주식이 공매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기준까지 제정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전에는 계좌개설시 주식 대여가 포괄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있거나 조그맣게 기입돼 있었다"면서 "이에 이제는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도록 모범규정을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으로 계좌개설 많이 하시는데 대부분 동의를 눌러 그런 사례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대차 재원을 보다 많이 마련하기 위해 그렇게 해왔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약관)내용이 부실하게 기입됐던 것 같다"면서 "증권사들이 사전에 풀을 많이 만들어놓으면 좋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모범규정 개정에도 꾸준히 이같은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는 규정 개정 이후 증권사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긴 영향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모범규정 개정이라 회사들이 각각 어떻게 처리했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확인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리테일풀 재원 전부가 공매도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재 공매도 시장은 금융당국의 임시적 조치로 1년간 금지된 상황이며, 재연장의 가능성도 높다. 즉, 기관이 현재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주식을 빌리는 이유가 공매도가 아닐 수 것이란 업계의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중개만 하고 있는 것이며 빌려간 기관이나 외국인이 어떻게 활용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 "또 공매도에만 주식을 활용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