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91%' 러시아産 백신의 반전 "세계 3대 백신 진입"

2021. 2. 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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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V, 푸틴에 큰 승리 안겨줄 것"
아르헨티나의 의료 종사자들이 2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리버플레이트 경기장에서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러시아에서 개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임상시험 결과 이 백신이 안전성과 효능 면에서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백신시장에서 러시아가 주도권을 가져와 수조원대(수십억달러) 규모의 수익을 누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의학저널인 '랜싯'에 게재된 스푸트니크V의 임상시험(3상) 결과에 따르면, 이 백신을 두 번 맞은 경우 예방율이 91.6%에 달했다. 또한 접종자 중에서 중증으로 진행된 사람은 없었고, 심각한 부작용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고령의 환자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하고 효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WSJ는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가 공식 승인된다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국제 백신 개발 경쟁에서 큰 승리를 안겨다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의학 수준을 국내외에서 공인받고, 급하게 개발된 러시아 백신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넘어설 거라는 것이다.

스푸트니크V의 효과는 95%의 효능을 보이는 미국 화이자나 모더나(94.1%) 백신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바이러스에 약 62~90%의 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발표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넘어섰다.

러시아에서는 약 400만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세계에서 확진자가 4번째로 많다. 러 당국은 자국 주력 산업인 석유업계가 국제 유가 하락으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경제에 치명타가 될 봉쇄조치를 피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몰두해 왔다.

이 백신은 현재 러시아 국외에서는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알제리 등의 나라에 수출돼 200만명이 접종했다. 또한 해외 15개국이 이 백신을 이미 승인했다. 지금까지 러시아에 스푸트니크V를 구매했거나 구매 의사를 밝힌 브라질, 멕시코, 인도 등의 나라들 수요를 모두 합하면 총 24억회분에 달한다.

영국의 리딩대 바이러스학 교수 이안 존스와 런던 위생 열대의학대학원 교수 폴리 로이는 랜싯에 게재된 논문에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는 급히 서둘러서 부실하게 개발됐고, 개발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임상시험 결과로 입증했고, 제시된 스푸트니크V 개발 원리 또한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이제 인류에게 코로나19와 싸울 무기가 또 하나 생겼다"고 말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자국 정부로부터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 백신 개발 책임자인 알렉산더 긴츠버그는 "임상시험 데이터는 스푸트니크V의 안전성과 효능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인류에게 커다란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자료에서 이 백신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지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러 당국은 이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있다면서 기존 바이러스 수준의 효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초기 연구 결과에 기반해 이 백신을 통해 2년여에 걸쳐 러시아 사회에 집단 면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2144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고령층 접종자 실험에서 고령자들도 백신을 맞고 잘 견뎠고, 91.8%의 효과를 보였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도 이날 성명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의학 잡지인 랜싯에 스푸트니크V 백신 3상 결과가 게재됐다"고 발표했다.

국제적인 백신 개발 관례를 깨고 1, 2상 뒤 정부 승인을 받은 가말레야 센터는 이후 9월부터 모스크바 주민 4만명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3상인 '등록 후 시험'을 실시해 왔다.

RDIF 대표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이날 "랜싯에 게재된 결과는 스푸트니크V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된 백신일 뿐 아니라 가장 좋은 백신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스푸트니크V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3가지 백신이 90% 이상의 효능을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스푸트니크V가 안전성과 운반성(상온 2~8도 운반 가능), 가격 접근성 등에서 다른 백신들을 능가한다"고 강조했다.

RDIF는 2회에 걸쳐 접종하는 스푸트니크V의 국제시장가격이 20달러(약 2만3000원) 이하가 될 것이라면서 서방의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해 왔다.

RDIF는 올해 약 7억 명에게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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