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韓선원 석방 배경은..美와 핵합의 재협상 염두 뒀나
동결자금 문제 충분히 부각..韓 해결 의지 확인도 감안
동결자금 효과적 사용 방안 논의.."美와 투명하게 협의"
억류 장기화 시 '이란 핵합의' 재협상에 걸림돌 판단한 듯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이란 정부가 한 달여간 억류해왔던 한국 선박의 선원 대부분을 풀어주기로 한 것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에 묶여 있는 동결자금 문제를 충분히 부각시키고, 한국 정부의 해결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동시에 억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란 핵합의' 복귀를 시사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3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세이에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차관은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과 30분 가량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에 대한 억류를 우선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
이는 지난달 4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을 항해 중이던 한국 국적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MT 한국 케미'호를 나포한 지 29일 만이다. 그간 이란 측은 '해양 오염' 문제를 들어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항에 한국 국적 5명, 미얀마 11명, 베트남 2명, 인도네시아 2명 등 20명을 억류해 왔다.
다만 한국인 선장과 선박은 잔류하도록 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선박과 선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 조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억류 근거로 한국케미호의 환경 오염을 제시했지만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한 달여 만에 억류 사태 해결에 나선 데 대해 '인도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그간 강력히 요구해 왔던 이란 원화자금 문제를 충분히 제기하고, 해결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종건 차관을 비롯한 실무대표단은 지난달 10일부터 사흘간 이란 고위급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선박 억류에 항의했지만 당시 이란 고위급 인사들은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채 동결 자금의 해결을 압박했다.
이에 최 차관은 한국의 해결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이란 제재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한미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설득했다. 최 차관은 귀국 후에도 이란은 물론 미국과 다각적으로 협의를 진행하면서 동결자금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양측은 동결 자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제를 논의했다"며 "한국 측은 가능한 빨리 이들 자원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강조했다"고 했다.
외교부 역시 "양 차관은 한-이란 신뢰 회복의 중요한 첫걸음을 시작했다며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원화자금 문제 해결을 통해 서로가 어려울 때 돕는 전통적 우호 관계를 회복해 나가자는 데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 차관은 이란 측에 "이란 동결자금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면서, 미국 측과 협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미 협의를 투명하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부터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로 교역을 진행해 왔다. 이란에서 원유 등을 수입한 한국 정유·화학회사가 두 은행에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수출대금을 찾는 방식이다.
지난 2019년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국내 원화계좌도 동결됐다. 이후 지난해 5월 정부는 미국, 이란과 협의를 거쳐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인도적 품목 일부를 이란에 수출하는 절차를 재개했지만 이란 측에서는 현재 70억 달러(약 7조7600억원) 규모의 자금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라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현재 정부는 동결 자금 해소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스위스형 인도적 교역채널(SHTA)도 이 중 하나다. 지난해 1월 개시된 스위스형 교역 채널은 국내 은행에 동결된 돈을 스위스 은행으로 보낸 후 스위스에서 약품이나 식량 등을 구매해 이란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미국과의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간 외교부 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 복귀 의사를 시사한 만큼 대이란 제재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설 경우 선원 억류 문제도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이란 정부 역시 뚜렷한 동결 자금 해소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바이든 정부와의 핵합의 복원 재개 협상을 염두에 두고 해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 대이란 제재로 인한 동결 자금 문제를 충분히 환기시킨 데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재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중국·독일·러시아 등 6개국이 이란이 핵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이란 핵합의에 서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이 비밀리에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서 중동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며 2018년 5월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하고 대이란 제재를 부활한 상태다.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JCPOA 복원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하지만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평화연구소 열린 행사에서 핵합의 복귀는 중요한 초기 과제이지만 이란이 핵합의를 체결했던 당시보다 더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서둘러 핵합의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이 핵합의에 복귀할 수 있는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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