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G> 영국의 '빅토리아 클림비' 보고서
[EBS 뉴스G]
박민영 아나운서
오늘의 뉴스G 소개해 주시죠.
최이현 기자
얼마 전 학대를 받아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구멍 뚫린 아동보호 체계를 보완해, 제2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오늘 뉴스G에서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토대로 제도적 개선을 이뤄낸 영국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지금 만나보시죠.
[리포트]
방 안을 환하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녔던 빅토리아.
빅토리아 클림비로 시작하고, 빅토리아 클림비로 끝나는 보고서에 쓰인 첫 번째 문장입니다.
2000년 2월 25일, 영국에서 8살의 빅토리아 클림비가 숨졌습니다. 빅토리아는 보호자인 고모와 고모의 동거남에게서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는데요.
숨지기 하루 전, 병원에 실려 온 아이 몸에는 상처가 128군데나 발견됐습니다.
장기 손상이 발견되었고, 영양 결핍, 저체온증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가해자들에게 살인 혐의를 인정해 종신형을 선고했습니다.
빅토리아의 학대 정황이 처음 발견된 건 1999년 7월.
그녀를 구할 기회는 열두 번이나 있었지만, 병원, 아동학대 감시기관 등 그 누구도 빅토리아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진상조사단을 꾸렸습니다.
빅토리아가 고모에게 와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정책과 시스템이 왜 아이를 구하지 못했는지,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는 안전망이 왜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면밀하게 조사했습니다.
2년 동안 약 6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2003년 1월에 발간된 400쪽이 넘는 보고서에는 약 270명의 증언이 기록됐고, 또 다른 빅토리아 클림비를 막기 위한 108개의 정책 제안이 담겼습니다.
이를 토대로 영국 정부는 아동보호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아동법이 개정되었고, 예방중심으로의 개혁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사한 사건은 이어서 일어났습니다.
영국 정부는 가해자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만이 아니라, 각 상황에 따른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제도적 개선점을 찾아내고 보완하여, 더 촘촘한 아동보호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회는, 아이들의 죽음에서 배울 의무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죽음을 생각하며 배우고,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해야만, 비로소 아이들의 다 살지 못한 삶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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