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생명권 침해하는 사형제도 폐지해야" 헌재에 의견 제출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3일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라며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잔혹한 형벌로, 국가가 형벌의 목적달성을 위해 그 수단으로 삼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고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며,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으로, 인간의 생명과 이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며 "국가는 이를 보호, 보장할 의무만 있을 뿐 이를 박탈할 권한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유엔 자유권권리규약위원회도 지난 2018년 '자유권규약' 제6조에 대한 일반논평 제36호를 채택하면서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완전한 존중과 조화를 이룰 수 없고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형제도의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권위는 '사형제도 유지가 범죄억제 효과를 가진다'는 '사형제존치론'의 일부 주장에 대해 "확실하게 검증된 바 없다"며 일축했다.
인권위는 "강력범죄 중 사형선고가 가장 많은 살인의 경우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거나 미상인 경우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범죄의 예방은 범죄억지력이 입증되지 않은 극단적인 형벌을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빈틈없는 검거와 처벌의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오판의 가능성도 강조했다. 인권위는 "오판의 가능성은 모든 형사 절차에 존재하고 수사의 과학화와 사법절차의 개선을 통해 오판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수 있다"면서도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들과 같이 오판에 의해 사형이 집행되었을 경우 그 생명은 회복할 수 없고, 무고하게 제거된 한 생명의 가치는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한 "형벌의 목적 중 하나는 교화"라며 "사형을 집행해 이미 제거된 생명을 교육시켜 순화할 수 있는 방법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사형은 교육순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유일한 형벌"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형을 대체하여 형벌제도가 꾀하는 정책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사폐소위)는 지난 2019년 형법상 사형을 규정하고 있는 제41조 제1호와 제2호, 형법 제72조 제1항, 형법 제42조, 형법 제250조 제2항 등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사형제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세 번째 판단이다.
정부는 그동안 사형제도 폐지에 관해 "국가형벌권의 근본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지난해 유엔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중단) 결의에 처음으로 찬성하면서 사형제도 폐지에 한 걸음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사형제도 존폐 여부에 국제사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9년 국제앰네스티에 이어 지난해 7월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는 한국의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폐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전달했다. 에이먼 길모어 유럽연합(EU) 인권 특별대표도 지난해 2월 사폐소위를 통해 한국의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EU 공식 의견서를 한국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EU가 한국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공식 의견서를 낸 것은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한국처럼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은 142개국에 이른다.
인권위는 "사형제도에 대한 3번째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을 넘어 사형제도 폐지를 통해 인간의 존엄한 가치가 존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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