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치르는 도의원 선거..재선거 비용만 11억 원
우리나라 대통령은 5년, 국회의원은 4년에 한 번 선거를 통해 선출됩니다. 도지사나 시장·군수,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도 4년마다 치러지는데요.
1명의 도의원을 선출하는 충청북도 보은군에서는 3년째 도의원이 바뀌게 됩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재선거를 치르기 때문입니다.
두 번의 재선거 비용만 11억 원이 넘습니다.
인구가 32,000여 명인 충북 보은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당선인의 저주? 자업자득?... 선거법 위반으로 잇단 불명예 하차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1명의 도의원을 뽑는 충북 보은군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하유정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상대 후보와는 단 168표 차, 박빙의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하 전 도의원은 임기 넉 달여 만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던 2018년 3월 25일, 선거구민으로 구성된 산악회 야유회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하 전 도의원의 사전선거운동 의혹은 선거기간 일부 언론 보도로 일찌감치 알려졌지만, 민주당의 공천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보은군민의 선택을 받아 제11대 충청북도의회에도 입성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11월 28일,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의 형이 확정돼 하 전 도의원은 불명예 하차했습니다.
하 전 도의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재선거는 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졌습니다.
3명이 맞붙은 재선거에서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박재완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당선인의 저주(?)'라도 있는 걸까요. 박 전 도의원은 5개월 만에 스스로 사직했습니다.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때문이었습니다. 재선거 과정에서 마을 이장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난 겁니다.
선거법 위반 탓에 재선거하게 됐는데, 여기 출마한 후보마저 선거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박 전 도의원은 지난해 11월 27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박 전 도의원의 재임 기간은 정확하게 5개월하고도 하루.
충청북도의회 역사상 최단 임기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고 도의회를 떠났습니다.
■ 2번의 재선거 비용만 11억 원… 세금으로 부담
결국, 보은군은 오는 4월 7일, 또 한 번 도의원을 뽑게 됩니다.
제11대 충청북도의회 임기 중에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인구 3만여 명인 보은군에서는 2018년 이후에도 2번의 미니 지방선거가 열리고 있는 셈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합니다.
그럼 세 번째 도의원을 새로 뽑게 된 보은군민이나 충북도민은 '꽃길'을 걷고 있는 걸까요? 재선거에 투입되는 세금을 보면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충청북도의회 보은 선거구 재선거에 8억 4,100만 원의 선거 경비가 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선거 경비는 누가 부담할까요? 충북도민입니다. 모두 세금으로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렀던 지난해 재선거 땐 선거 공보물 발송 등 공통 비용을 제외하고도, 보은 지역구 도의원 1곳 선거에만 3억 100만 원의 세금을 썼습니다.
보은군 도의원을 뽑기 위한 2번의 재선거에, 세금 11억 4,200만 원이 낭비되고 있는 겁니다.
재선거 원인을 제공한 후보자나, 이들을 추천한 정당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큰 실효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잘못된 공천 탓에 혈세를 낭비하게 됐다"면서, "이번 재선거에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새 도의원은 남은 임기 마칠까?... '보은군수 출마' 변수
이번에 선출하는 보은군 도의원의 남은 임기는 13개월에 불과합니다. 8억 원이 넘는 선거 경비를 들여 1년 남짓 일할 지방의원을 뽑는 것을 두고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재선거하지 않으면, 3만 명의 보은군민은 2년 넘게 지역 주민을 대변할 도의원이 없는 '의정 공백'을 겪게 됩니다.
남은 13개월, 보은군민을 대변하겠다면서 벌써 5명의 예비후보가 선관위 등록을 마쳤습니다. 이들 중 누군가는 보은군민의 기대를 등에 업고 충청북도의회 의원 배지를 달게 될 겁니다.
관심은 새 당선인이, 이전 도의원들과 달리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것인지 여부입니다.
현 정상혁 보은군수는 2010년부터 내리 3선 군수를 지냈습니다. '3선 연임 제한'으로 2022년 6월 지방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습니다.
보은군의 도의원은 단 1명. 이런 이유로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도의원 재선거를 '미리 보는 보은군수 선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재선거에서 당선된 도의원이 보은군수 출마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3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위해 법에서 정한 시한보다 더 일찍 사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8억 원 넘는 세금을 들여 새로 뽑은 도의원마저, 1년도 일하지 않고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제11대 충청북도의회, 보은 선거구의 세 번째 도의원은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켜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군수라는 꿈을 위해, 또 한 번 '중도 하차'를 하게 될까요?
시민단체의 비판과 유권자의 질문에, 정당과 후보들이 답할 차례입니다.
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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