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호황에 글로벌 선사들 작년 실적 훈풍
글로벌 선사 실적 반등 … "운임 상승·유가 하락 덕"
머스크 영업익 2배, HMM은 10년 만에 첫 연간 흑자
지난해 컨테이너 시장의 호황으로 글로벌 선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최대 2배가량 상승한 선사도 있었다. 컨테이너 운송 운임이 치솟았는데, 유가가 떨어지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선 HMM(011200)이 연간 기준으로 10년 만에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점쳐진다.
◇ 세계 1위 선사 머스크, 영업이익 2배 늘어날 듯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 가운데 가장 먼저 2020년도 실적을 발표한 독일의 하팍로이드는 약 30억달러(3조34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2억달러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 약 36% 올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 오른 146억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지난해 최대 85억달러(9조4600억원) 규모의 상각전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43억5600만달러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앞서 머스크는 75억~80억달러의 이익을 전망했지만, 연말까지 컨테이너선 업황 호조가 지속되자 지난해 11월 실적 전망치를 6.25% 상향했다.
일본 컨테이너 3사 통합법인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 38억7000만달러(4조31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이는 13억6800만달러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 1.8배 높은 수준이다.
국내 대표 해운사인 HMM도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첫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약 86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에는 약 3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 운임 상승에 유가 하락으로 실적 반등
HMM을 포함해 글로벌 선사들이 코로나19에도 뜻밖의 호실적을 기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하팍로이드는 "운임 상승과 벙커유 가격의 하락 덕분"이라고 설명했고, ONE은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물동량이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19년 말 800~900포인트대에 머물렀지만, 최근 2885포인트까지 치솟았다. 해운사 사장 출신 한 관계자는 "늘어난 물동량에 비해 화물을 실을 컨테이너가 부족해지면서 선박이 항만에 묶이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이러한 수급 불균형으로 운임이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가도 하락하면서 선사들의 고정비도 줄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싱가포르항 기준 전통 선박연료유인 벙커유의 월평균 가격은 2019년 말 기준 1t(톤)당 340.1달러에서 지난해 5월 184.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지난달 평균 316.4달러까지 올랐으나 1년 전에 비해 여전히 약 7% 저렴하다.
◇ 글로벌 선사들,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
글로벌 선사들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프랑스 선사인 CMA CGM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를 195억유로(약 26조원)에서 185억유로로 줄였다. 머스크는 117억 달러에 달했던 금융부채를 같은 기간 109억 달러까지 축소했다. 하팍로이드는 최근 선순위 채권 1억5000만유로를 조기 상환하기로 했다.
HMM 역시 지난해 12월 2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면 부채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HMM의 부채비율은 438.54%인데, 2400억원 모두를 채무상환에 사용한다면 부채비율을 약 14%포인트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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