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기 행진으로 코로나 성금 모금한 100세 영국 노인 '캡틴 무어' 별세
[경향신문]
‘보행기 행진’ 도전으로 코로나19 성금을 모금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던 영국인 톰 무어(사진)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0세.
BBC와 가디언 등 영국언론들은 무어의 가족이 2일(현지시간) 그가 잉글랜드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숨진 사실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무어는 폐렴을 앓고 있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다고 가족들은 밝혔다.
무어는 지난해 4월 자신의 생일을 앞두고 집 마당 걷기 도전에 나섰다. 거동이 불편해 보행기에 의존해야 걸을 수 있었던 그는 왕복 25m인 자신의 집 마당을 100회 걷는 것에 도전했다. 당시 영국은 첫번째 코로나19 봉쇄가 시작돼 어려운 상황이었고,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선 모금활동이 진행중이었다. 무어는 이곳에 보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한 도전을 공개했다. 약 20일만에 그는 보행기와 함께 100회 걷기에 성공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의 도전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성금모금에 함께 했다. BBC는 “150만명 이상이 모금에 참여했고, 3279만4701파운드(약 500억원)가 모였다”고 전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NHS를 통해 전국 241개 복지단체로 전달됐다.
영국인들은 2차 세계대전 참전군인이기도 한 그를 ‘캡틴 무어’라고 부르며 존경과 응원의 뜻을 보냈다. 걷기 도전 중 인터뷰에서 “내일은 꼭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라고 한 말은 전염병 시대 힘들어하던 많은 이들을 위로했다. 영국 왕실은 지난해 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지난해 9월엔 자서전도 출간됐다.
영국 왕실과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그는 우리의 영웅이었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NHS 잉글랜드의 최고 간호책임자 루스 메이는 “그는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모든 좋은 것의 모델이었다”며 “그는 어려울 때 나라를 하나로 모았고 우리가 가장 필요할 때 우리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며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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