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아마존 CEO서 물러난다.. "미친듯 일했고 우린 성공했다"
그는 회사의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2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올해 3분기에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새 CEO에는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53)가 임명됐고,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아마존은 그동안 창업자가 CEO를 겸직한 몇 안 되는 빅테크 기업 중 하나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은 모두 새 창업자 대신 새 CEO가 경영을 맡고 있다.
베이조스는 이날 서한에서 “이 여정은 27년 전, 회사 이름도 없이 오직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면서 “당시 내가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인터넷이 뭐니?’라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오늘 우리는 130만 명의 직원을 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는 바로 우리의 성공이 발명(invention)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는 정말 미친 일들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또 “놀라운 발명이 있으면 몇 년 뒤엔 그 새로운 게 ‘정상’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신기함을 잊고) 하품을 한다”며 “그 하품이야 말로 발명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154건의 단독·공동 명의 특허를 갖고 있을 정도로 발명에 조예가 깊다. 결국 창의적인 혁신이야 말로 아마존이라는 거대 기업을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편지 마지막에도 “계속 발명하고, 처음 아이디어가 미친 것처럼 보여도 절망하지 말라. 당신의 호기심을 나침반 삼아서 나가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자신은 은퇴를 하려는 게 아니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앞으로 에너지를 신상품과 초기 이니셔티브에 쓰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베이조스가 앞으로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 운영이나 자선 사업 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장기적 비전 수립 등 핵심적인 역할을 여전히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모의 자금 지원을 받아 자신의 집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베이조스는 처음에는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다가 점차 거의 모든 제품으로 배송 영역을 확대했다. 온라인 쇼핑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구축한 아마존은 인공지능(AI), 온라인 결제 등 신사업에 진출하고 홀푸드를 인수하며 오프라인 점포도 확장했다.
특히 지난해 팬데믹 국면에서는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엄청난 속도로 늘었다. 이날 발표된 아마존의 작년 4분기 매출도 1255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4% 급증했고, 순이익도 72억 달러로 같은 기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혹독한 경기침체로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는 사이에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실적 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구글 애플 페이스북 CEO들과 함께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의원들에게 따가운 비판을 받는 수모도 겪었다.
17세에 자신을 임신한 어머니와 쿠바 출신 양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란 그가 사업 수완을 발휘해 세계 최고 부호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이날 갑작스런 사임 소식은 영예로운 퇴장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약 200조 원의 순자산으로 2017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부자였던 그는 올해 초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의 주가 폭등으로 인해 이 회사 CEO인 일론 머스크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새로 아마존의 CEO를 맡게 될 앤디 재시는 1997년부터 아마존에서 일하며 베이조스와 호흡을 오랫동안 맞춰 온 인물이다. 하버드대 출신인 그는 아마존의 웹서비스 팀을 2006년 도입 당시부터 이끌면서 회사 수익에 큰 기여를 해 왔다. 베이조스는 재시에 대해 “그는 우리 회사에서 나와 거의 비슷한 기간을 일해왔고 매우 뛰어난 리더”라며 “나의 완전한 신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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