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모나리자'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전용공간 조성한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2021. 2. 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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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신임관장, 신년 기자간담회
국보 78,83호 반가사유상 전용 전시공간 조성
과학검증과 복원의 '문화유산 과학센터' 2024년 완공
어린이박물관 확장, 다양한 특별전 등
국보 78호와 83호로 각각 지정된 두 '반가사유상'은 지난 2004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 개관전을 포함해 단 두 번만 함께 전시됐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서울경제]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프랑스에 가듯 신라의 ‘반가사유상’을 보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하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외국의 전문가들 대부분이 우리 반가사유상을 최고로 여기고, 매해 진행하는 국내 관람객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품으로 꼽힌 것 역시 반가사유상입니다. 문화재의 역사와 가치 뿐만 아니라 예술적 아름다움이나 종교적, 학술적 측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유물입니다.”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국보 제78호 금동 반가사유상.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민병찬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3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보 제78호와 제83호 반가사유상의 전용 전시공간 조성을 비롯한 박물관의 올해 주요 업무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후 처음으로 가진 이날 간담회에서 민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징적 장소, 독보적 유물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반가사유상을 택했다”면서 “10년 전부터 전 세계의 반가사유상을 조사한 결과 환조(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는 완전 입체) 70여 점 중 금동 반가사유상은 40여 점, 그 중 완전한 형태를 갖춘 1m 내외의 반가사유상은 4점 밖에 없는데 그 중 두 점이 우리 박물관에 있다”고 강조했다.

16세기 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초상화 ‘모나리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오묘한 미소를 가졌다는 점에서 우리의 ‘반가사유상’과 공통 분모를 갖는다. 하지만 6세기 후반 신라시대에 만들어져 균형 잡힌 화려함을 보여주는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과 7세기에 제작돼 소박하지만 푸근한 포용력을 드러내는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은 역사성이나 예술적 완성도에서 루브르의 대표 소장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해외 박물관에서 대여 전시 요청이 가장 많은 유물 중 하나인 이들 반가사유상이 함께 나란히 전시된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하던 지난 2004년과 2015년 딱 두 번 뿐이었다.

국내외 방문객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 ‘반가사유상’의 전용 전시 공간은 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의 엘리베이터 연결공간 쪽 전시실로 예정됐다.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전시관은 443.5㎡ 규모로 조성된다. 민 관장은 “한국적 정서에서 태어난 반가사유상의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면서도, 인류 문화유산으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고 문화한국의 자긍심을 고양할 수 있게 공간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보 제83호 금동 반가사유상.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국보 제83호 금동 반가사유상.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오는 2024년 완공 예정인 ‘문화유산 과학센터’다. 민 관장은 “디지털 기술과 최신 보존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문화유산 검증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면서 “최근 문화재 진위 논란과 분쟁이 빈발하는 가운데 객관적인 가치 판단을 위한 공신력 있는 근거 자료로 축적된 데이터와 신뢰성 있는 문화재 분석 정보를 종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유산 과학센터는 박물관 측은 지상 3층 지하 1층에 연면적 9,350㎡ 규모로 조성할 센터 건립을 위해 274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 40만 점과 산하 지방 국립박물관의 소장품 110만 점의 보존 처리와 데이터 관리를 이 센터가 전담할 전망이다. 민 관장은 “우리 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공·사립 박물관의 지정문화재에 관한 데이터 확보를 우선으로 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할 유물 검증, 국공립 기관이 요청하는 문화재에 대한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이 3일 서울 용산의 박물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추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지난 2019년 46만 여명이 방문한 박물관 내 명소 ‘어린이박물관’의 확대 개편도 추진된다. 늘어난 가족 여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교육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어린이박물관을 2배 이상 확장해 1일 최대 관람객 수용 규모를 현행 2,300명에서 5,000명까지 늘리고 전시 및 체험 구성도 더욱 다양화한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고인류 화석과 동굴벽화자료, 한반도 구석기를 엿볼 수 있는 ‘호모사피엔스’전,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대표 소장품을 선보이는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중국 상하이박물관 소장 고대 청동기문명전 등의 특별전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국립충주박물관 신규 건립, 국립진주박물관 신축 이전을 비롯해 13개 소속 박물관 브랜드 특성화 등에 총 2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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