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갑질 의혹' 애플 자진시정안 수용

윤지원 기자 2021. 2. 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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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에 광고비 등 떠넘긴 혐의
법 위반 여부 조사·판단 없이 종결

[경향신문]

이동통신 3사에 광고비를 떠넘겨 ‘갑질 의혹’을 받은 애플이 1000억원 규모 기금 조성을 골자로 한 자진시정안을 시행한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와 이통사 AS센터에서 아이폰 수리비를 10% 할인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시정하겠다며 신청한 ‘동의의결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낸 자진시정안이 타당하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 종결하는 제도다.

이번 결정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광고비와 보증수리 촉진 비용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은 애플이 2019년 6월 동의의결을 신청한 지 1년7개월 만에 나온 조치다.

애플은 상생지원기금 1000억원을 마련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아이폰 사용자의 유상수리 비용을 할인하기로 했다.

애플, 아이폰 수리비 10% 할인 등
1000억 규모 중기·소비자 지원

소비자가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시정안은 250억원이 투입되는 유상수리 비용 10% 할인이다.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와 이통사가 운영하는 AS센터에서 수리 비용 10%를 할인하기로 했다. 3만원가량 할인 혜택이 제공될 것으로 공정위는 예상했다. 또 보증기간 수리비를 지원해주는 보험상품 ‘애플케어 플러스’ 가격(평균 20만원)도 10% 할인한다. 이미 해당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금액의 10%를 돌려준다. 애플은 또 400억원을 들여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양성을 위해 연간 학생 약 200명에게 9개월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디벨로퍼(developer) 아카데미 운영에는 250억원을 낸다.

또 ‘갑질’ 의혹을 받은 이통사와의 거래 질서를 개선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광고 기금에 대한 이통사 부담 완화, 일방적 계약 해지 권한 삭제, 특허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협의 과정 도입 계획 등이 담겼다.

업계 “전가 비용 1800억~2700억”
적은 돈으로 사실상 사면 비판도

광고업계에서는 2009년부터 애플이 이통사에 전가한 광고비가 1800억~2700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이 1000억원으로 면죄부를 받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공정위는 광고비 갑질 등으로 애플이 취득한 부정수익, 이통사들의 피해금액 규모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영업상 비밀이기 때문에 자세한 금액을 다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해외에서) 애플 사건으로 제재를 한 곳은 대만이 유일하고 벌금이 8억원이며, 현재 프랑스는 경쟁당국이 소송을 진행 중인데 부과금액으로 제시한 규모가 65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요 증거는 미국에 있는 애플 본사에 있는데 공정위는 본사를 조사할 권한이 없다”며 “조사 과정에서 애플의 자발적 협력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시정안을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일차적으로 중요해졌다. 공정위는 이날 회계법인을 이행감시인으로 선정해 3년간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이행감시인은 앞으로 반기마다 애플의 이행 내용을 보고하는데 여기서 새롭게 개선되어야 할 사안이 발견되면 제도적으로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기업의 동의의결 신청 시점을 앞당기거나 자진시정안에 대한 협의기한을 정해두는 방식의 제도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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