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반복된 韓 무시·배제, 국방백서 호칭 격하 불렀다
日 방위백서, 작년 "한국과 협력 추진" 삭제
스가 총리 수차례 연설서 의도적 한국 배제
진창수 "한일 대립, 이제 초읽기 들어갔다"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국방부가 향후 국방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2020 국방백서에서 일본을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격하시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수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를 무시하고 배제한 행태에 따른 대응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백서는 지난 2일 공개한 국방백서 속 3절 '국방교류협력 확대' 내 '한일 국방교류협력' 부문에서 "일본은 양국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국가"라고 표현했다.
이는 2018년 백서에 기술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는 내용에서 격하된 표현이다.
아울러 이번 백서는 일부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비롯해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 2018년 12월 우리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위협적인 근접비행,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둘러싼 갈등 등을 자세히 기술했다.
이 같은 국방백서 내용에 일본 정부는 반발했고 미국 측에서도 예민한 반응이 나왔다.
일본 방위성은 발표 당일 주일본한국대사관 무관을 불러 항의했다. 방위성은 그러면서 백서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카와 다케시 일 방위성 보도관도 당일 기자회견에서 백서 중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공식 명칭)의 영유권에 관해 일본의 입장과 양립하지 않은 내용이 기술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미사일 상황 등을 포함해 일한(한일), 일미한(한미일)의 협력은 중요하다"며 "협력이 손상되지 않도록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한일 간 갈등을 부추기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악화에 우려를 드러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국방부의 행동은 (미국의) 정책검토 및 외교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게 했다"며 "한미일 3국 관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고 한미일 국가안보에 모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국방백서는 지난 몇 년간 이어온 한일 간 긴장 관계를 반영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강한 수준으로 막후(behind-the-scene)에서 한일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일본과 미국은 우리 정부를 성토하는 분위기지만 국방부는 이번 국방백서 내용은 일본의 태도에 대한 대응이라는 단호한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백서 발표 전 기자단 대상 설명에서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 많이 협의했다. 한일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국방부의 입장에서는 이웃국가로 표현하는 게 맞다"며 "2019년 수출규제 이후 문제가 있으므로 국방부 차원에서는 이웃국가로 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수출규제 외에도 일본 정부가 여러 계기를 통해 우리측을 배제해온 것이 이번 국방백서 내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공개한 방위백서에서 '한국과 폭넓은 분야에서 방위협력을 추진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수차례 공개적으로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언행을 해왔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18일 첫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주변국 외교를 설명하면서 한국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보다 뒤에 언급했다. 그는 북한, 중국, 러시아, 아세안에 이어 한국을 마지막으로 다뤘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10월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는 한국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표현했다가 이번 시정연설에서 '매우'를 뺐다.
게다가 스가 총리는 최근 남관표 주일본 한국대사와 이임 면담을 하지 않는 외교상 결례를 범했다.
아울러 스가 총리는 지난달 29일 세계경제포럼 화상 연설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그는 "우리와 근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며 아세안과 인도, 호주를 거론했다. 또 "이웃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지난한 노력을 하겠다"며 중국과 러시아만 언급했다.
한일 관계가 조기에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최근 '위안부 판결과 한일관계'라는 글에서 "스가 총리는 점차 지지율이 내려가면서 정권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게다가 올 9월까지는 선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한일관계의 '결단'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도쿄올림픽까지 전기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한일 대립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진 센터장은 그러면서 "한일 협력은 한일 양국 정부가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에서 벗어나 투트랙 접근(과거사와 경제·안보협력의 분리)을 실천하는 것에서 강화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양국 정부가 투트랙 접근의 원칙으로 돌아가 상대방에 대한 전략적 위상을 재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 양국은 당장의 과거사 현안보다는 갈등 관리를 우선하면서 한일 협력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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