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은 정경심 공범"이라는 검찰, 기소 안하나 못하나

박국희 기자 2021. 2. 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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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정경심 부부/ 조선일보 DB

지난 1일 국민의힘 의원 44명은 “입학부정 주범 조민(조국 전 장관 딸)을 즉각 기소하라”는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조민은 거짓 경력을 적극 활용해 본인이 직접 자기소개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하고, 가짜 증명서와 상장을 첨부했다. 그리고 면접 전형에서 적극적으로 그 사실을 진술한 입학부정의 주범”이라며 “검찰이 조민 범죄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기소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9년 11월 정경심씨를 표창장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딸 조민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하지만 딸을 함께 기소하지는 않았다. 당시 검찰은 “(딸에 대해)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라고 했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 등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국, 김영식, 지성호, 이종성,조명희, 정경희 의원. /연합뉴스

그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났다. 지난 12월 정경심씨는 1심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고, 딸 조씨의 소위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는 점이 드러났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조민의 의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딸 조씨는 의사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 인턴 면접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검찰이 정씨를 기소하며 공소장에 딸 조씨를 공범으로 적시해 놓고도, 딸을 기소하지 않은 것은 다분히 정무적 판단 때문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시 검찰이 정씨 한 명을 엄연한 불법 행위로 기소하는 과정에서도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쪽이 난 상황에서 딸 조씨까지 함께 공범으로 기소하는 것은 여권의 극렬한 반발을 고려할 때 검찰 입장에서도 무리였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딸까지 함께 기소했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수 있다”고 했다.

'조국 아들'에 대한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다만 수사팀은 당시 조국 부부의 딸과 아들을 모두 부정입학 혐의로 입건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소를 하든 무혐의 처분을 하든 검찰이 사건 처리는 끝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아들의 경우에는 지난 달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학원 입학용 허위 인턴 증명서를 작성해준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의원직 박탈형을 선고 받았다. 조국 부부 역시 관련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여권에서는 “부모가 모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딸과 아들까지 기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대학 입시 부정 혐의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야당 의원들은 “검찰은 입학부정 행위의 주범인 조민을 기소하지 않았는데, 이는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를 미성년인데도 불구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했다.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앞쪽)가 2019년 5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조선DB

실제 2019년 검찰은 숙명여고 부정 시험 사건 관련 답안지를 딸들에게 유출한 교무부장 아버지가 이미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부정 시험 혜택을 본 쌍둥이 딸은 기소하지 않고 소년법에 따라 소년보호재판을 받도록 서울가정법원에 송치했다. 소년보호재판은 처벌이 아닌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재판이다.

하지만 가정법원은 쌍둥이 딸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정식으로 형사 기소하라며 미성년자인 쌍둥이 딸의 사건을 다시 검찰로 돌려보냈다. 결국 검찰에 정식 기소된 쌍둥이 딸들은 작년 8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 받았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조국 부부가 모두 기소됐기 때문에 조민을 기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숙명여고 쌍둥이들만 보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조국 딸 의사 국시 합격 관련해 그 과정과 결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특히 조민의 경우 검찰 입장에서 정상 참작의 여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거론된다. 한 변호사는 “허위 스펙을 인정한 정경심 유죄 판결로 조민의 대학·대학원 입학 자격이 최순실 딸 정유라처럼 취소됐다면 정상 참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병원 인턴 면접을 보고 있는 조민의 경우 검찰 수사 당시 ‘김어준 라디오’에 나와 반박 인터뷰를 하는 등 유죄 판결 이후에도 입시 불법의 수혜를 적극적으로 누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검찰 입장에서 조민이 불법 행위에 적극 가담하고 그 과실을 여전히 향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당장 조민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정경심 1심 판결이 아니더라도 조민 관련 증거는 수집돼 있고, 죄질 역시 좋지 않다”면서도 “(조국 등) 진행 중인 공범 재판 상황까지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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