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예쁘다" "남색 속옷?" 학생·교장에게 성희롱 당한 교사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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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상습 성희롱을 당했지만 학교 측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 2차 가해까지 했다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2020년 학기 중에는, 교장이 제게 '작년에 (성희롱 사건 때문에) 우는 모습이 싱그러웠다, 신규교사의 풋풋함 같았다'라는 모욕적인 2차 가해 발언을 또 했다. 정말 소름이 돋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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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은 "우는 모습 싱그러워"
중학교 교사 "학생은 성희롱, 교장은 2차 가해"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상습 성희롱을 당했지만 학교 측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 2차 가해까지 했다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3일 오전 11시 기준 1만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자신을 경기도교육청 소속 중학교 교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2일 '성희롱 덮고 2차 가해한 학교 관리자에게 징계를 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려 "2019년 9월~12월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9월쯤 한 학생이 청원인에게 '쌤(선생님) 자취하세요? 누구랑 사세요? 아 상상했더니 코피 난다'라고 말하며 웃었고, 10월과 11월 사이 또 다른 학생이 '쌤은 몸도 예쁘고 가슴…마음도 예쁘지~너네 왜 웃어? 상상했어?'라며 친구들과 웃음을 터뜨렸다.
청원인은 "(다른) 학생들의 증언이 카톡으로 있다"면서 "이 외에도 상습적인 성희롱이 있었지만 이 2개만 적겠다"고 했다.
청원인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하고 성희롱 상황을 목격한 학생들에게 사실진술서도 받아서 학교에 제공했지만, 교장은 일 크게 만들지 말라고 교사가 참고 넘어갈 줄 알아야하는 거라고 교보위를 열지 못하도록 강요해 결국 교보위를 열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절차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근무 중에 세 차례나 교장실로 불러서 '교보위를 열지 말아라' '생각 바뀌지 않았느냐' 등의 압박을 줘서 결국 교보위를 열지 못했다"며 "학부모의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받고 끝내라고 학교가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장은 그 과정에서 '예뻐서 그런 거다' '옷을 그렇게 입는 게 문제다' '붙는 청바지를 입지 마라' '요즘 젊은 애들 미투다 뭐다 예민하다’ '교사가 참고 넘어가야 한다' 등의 2차 가해를 했다"고 덧붙였다.
"끔찍해서 퇴직 고려 중…교장 공무원직 박탈해야"
그러면서 청원인은 "2019년 10월쯤 팔 통이 헐렁한 반팔을 입고 수업을 한 날, 교장실에 불려가 '반팔이 헐렁해서 안에 브래지어가 보인다고 학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남색 브래지어 맞느냐'는 말을 들었다"면서 또다른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지만 그날 살색 브래지어를 입었었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는데 통이 넓은 반팔을 입었던 게 마음에 안 들어 헛소리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결과는 교장이 저에게 '옷가짐을 더 단정히 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2020년 학기 중에는, 교장이 제게 '작년에 (성희롱 사건 때문에) 우는 모습이 싱그러웠다, 신규교사의 풋풋함 같았다'라는 모욕적인 2차 가해 발언을 또 했다. 정말 소름이 돋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후 헐렁하고 두꺼운 옷만 입고, 화장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성희롱이 제 탓으로 돌아오는 게 끔찍해서 2019년 겨울방학에 긴 머리도 단발로 자르고, 여성스러워 보이는 모습을 다 없애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후 다른 교사에게 외모 평가를 당하기도 했고, 학생들을 보는 것에 트라우마가 생겨 정신과 상담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약을 처방받아 먹는 중이다.
청원인은 또 "너무 괴로워서 2020년 2월 경기도교육청에 ‘부적응 처리해서 다른 학교로 옮기면 안 되냐고 전화로 물어본 적이 있으나 연차가 부족해서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성희롱 사건을 은폐했던 관리자인 교감은 이 학교에 계속 복무하고 있고, 사건을 은폐하고 2차 가해했던 교장은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라며 "저는 이 학교에 더 못다니겠어서, 끔찍해서 퇴직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희롱 사건 은폐, 2차 가해한 교장의 공무원직을 박탈하고, 앞으로 평생 월 몇백씩 연금 받지 못하길 바란다”라며 “성희롱 사건 은페에 일조한 교감도 징계받기 원한다"고 호소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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