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HAAH 벼랑 끝 대결에..쌍용차 P플랜 무산·회생절차 가능성

HAAH "산은, 2800억 지원해라" vs 산은 "HAAH 먼저 투자해야"
P플랜 무산 가능성 커져..법조계 "쌍용차, 회생절차 가능성"

쌍용자동차가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2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12.2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쌍용자동차가 최후의 카드로 꺼내든 P플랜(사전회생계획안·Pre-packaged Plan)이 흔들리고 있다. P플랜 실행에 필요한 산업은행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아서다. P플랜 무산 가능성에 쌍용차의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협상장을 떠난 후 잠재적 투자자인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 오토모티브(HAAH)와 산업은행, 쌍용차가 물밑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산업은행의 금융지원 여부다. HAAH는 쌍용차에 2억5000만달러(2800억원 규모)를 투자하기 위한 조건으로 산업은행 역시 동등하게 2800억원의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안영규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장은 전날(2일) 기자간담회에서 "잠재적 투자자 측에서 채권단 앞으로 투자금액에 상응하는 자금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산업은행은 현 상황에서 쌍용차에 대한 금융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지원을 검토하기 위해선 쌍용차가 제출해야 할 회생 계획안에 HAAH의 투자집행 이행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산은의 금융지원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HAAH의 투자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P플랜 여부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무산'으로 향하는 양상이다. 산은이나 HAAH 가운데 한쪽이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야 P플랜을 가동할 수 있는데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양측은 그간의 협상 과정에서도 입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협상 과정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3일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구조조정이 되거나 (HAAH의) 인수자금이 명확하지 않으면 (지원을) 안 하겠다는 것이고 HAAH는 산은이 자금을 먼저 투입하지 않으면 투자를 안 하겠다는 입장이 너무 확고하다"며 "양측이 서로 양보를 안 하겠다고 하기에 조정을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협상이 부진해지자 양측 모두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HAAH 측은 P플랜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출국했다. 산은에 공을 던져놓은 셈이다. 산은이 쌍용차가 P플랜을 가동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나 파산될 때에 제기될 책임론을 우려, 결국 금융지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략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책임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안 부문장은 "쌍용차 부실화의 원인은 대주주의 경영실패에서 기인한 것으로 왜 산은의 책임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P플랜 무산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쌍용차가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대현 산업은행 선임부행장은 "쌍용차는 투자유치에 실패하거나 사업 타당성 미흡 등으로 P플랜이 불가하면 통상의 회생절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결국 회생절차를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