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애플, 과징금 대신 자진시정.."기업 봐주기 아니다"

차지연 2021. 2. 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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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장기간 소송전보단 신속한 피해구제가 더 나은 대안"
동의의결 신청 19개월만에 확정.."시간 단축 위해 제도개선할 것"
서울 강남 애플 가로수길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정수연 기자 = 국내 이동통신사에 단말기 광고와 무상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던 애플코리아(애플)가 위법 여부를 따져 과징금을 내는 대신 자진시정을 진행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이런 내용의 애플 동의의결을 확정하자 일각에서는 '기업 봐주기'라는 지적도 나왔으나 공정위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동의의결은 조사 대상 사업자가 내놓은 자진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애플 시정안 한차례 보류했던 공정위, 1천억 상생안 최종 확정

공정위는 지난 2016년 6월 애플의 이통사 대상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통사에 단말기 구매와 이익 제공을 강요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다.

공정위는 2018년 4월 애플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보낸 뒤 3차례 전원회의를 열었고, 애플은 3차 심의 이후인 2019년 6월 자진시정방안을 마련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당시 애플의 동의의결안이 미흡하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그러나 애플이 다시 동의의결안을 제출하자 추가 보완을 거쳐 지난해 6월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됐다.

애플은 동의의결안에 이통사 광고기금 부과 대상과 절차 개선, 최소보조금 조정 절차 도입, 보증수리 촉진비용과 임의 계약해지 조항 삭제 등 거래질서 개선방안과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혜택을 주는 1천억원 규모의 상생지원방안을 함께 담았다.

이후 공정위는 관계부처 의견을 반영해 애플의 공교육 지원 사업 기기 2년 무상수리, 이통사 AS센터를 통한 아이폰 수리비 10% 할인 등의 내용을 추가해 동의의결을 이날 최종 확정했다.

조성욱 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정위 "기업 봐주기 아니다…엄격한 요건 있는 제도"

동의의결 확정으로 애플은 거래상 지위 남용을 둘러싼 법적 공방과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피하게 됐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동의의결 확정 결정이 애플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동의의결 제도를 활용하는 게 '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며 "동의의결은 원칙상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기에 어떤 기업을 봐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제도"라고 말했다.

동의의결의 자진시정방안은 '예상되는 과징금 등 시정조치나 그 밖의 제재와 균형을 이루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거래 질서를 회복시키거나 소비자, 다른 사업자를 보호하기에 적절하다고 인정돼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판단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공정위는 애플 동의의결에서도 자진시정방안이 과징금 등 예상 조치와 균형을 이루는지 엄격히 심의했고, 피해 이통사 등 이해관계인도 최종안에 찬성했기에 '기업 봐주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애플 사건으로 제재까지 나간 곳은 대만이 유일하고 벌금이 8억원이며, 현재 프랑스는 경쟁당국이 소송을 진행 중인데 부과금액으로 제시한 규모가 650억원"이라고 말했다.

애초 애플이 상생기금 규모를 500억원으로 제시했다가 1천억원으로 올려 확정했는데,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1천억원은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라는 의미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의의결 신청부터 확정까지 19개월…제도 개선 착수키로

조 위원장은 "장기간의 소송전을 거치는 것보다는 동의의결을 통해 신속하게 거래 질서를 개선하고 피해구제를 도모하는 게 소비자나 거래 상대방에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이번 동의의결은 신청부터 확정까지 약 19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과거 다른 사건의 동의의결 확정 소요 기간이 1년 안팎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어진 것이다.

송 국장은 "처음 애플이 제시한 상생안은 500억원 규모에 불과했고 이통사 거래조건도 미흡해 최종안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됐다"며 "소비자에게 직접 혜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기에 섬세하게 짚어보는 과정이 필요했고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도 다른 사례보다 길게 시간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동의의결 절차가 길어지면 신속한 거래 질서 개선 부분의 효과가 떨어져 어떻게든 단축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심사보고서 발송 이후 피심인 의견서 제출할 때로 동의의결 신청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 자진시정안 협의 기간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동의의결 확정 후 이행 점검 과정도 개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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