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애플, 1천억 상생기금으로 '갑질' 면죄 받는다

송혜리 2021. 2.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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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애플코리아 동의의결 최종 확정..소비자·중소사업자 상생지원안 내놔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장유미, 송혜리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에 아이폰 수리비와 광고비를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애플코리아의 자진시정안이 최종 확정됐다. 1천억 원을 들여 제조업 연구개발(R&D)과 취약계층 정보기술(IT) 교육 등을 지원하고 소비자들의 아이폰 수리비를 10% 깎아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이같은 내용의 애플코리아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을 어긴 기업이 피해보상 등 내용을 담은 자진시정안을 내놓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애플은 지난 2009년 '아이폰3G S'를 한국에 출시한 후 국내 통신사를 대상으로 TV·옥외 등 광고비와 매장 내 진열비, 수리비 등을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보조금 지급과 광고 등에도 간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2016년 6월 애플에 대해 첫 현장조사에 나섰다. 2018년 4월에는 법 위반 혐의를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으며, 그해 12월, 2019년 1월과 3월 등 3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해당 내용을 심의했다. 애플은 3차 심의 후인 2019년 6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두 차례 심의를 거쳐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또 공정위는 애플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8월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한 후 60일간 검찰 및 교육부·방통위·산업부 등 5개 관계부처,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에 최종 동의의결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 구미시 등 지자체들은 R&D 지원센터 등의 시설을 해당 지자체에 설립해줄 것을 건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이견이 없었고, 산업부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교육부 등 다른 관계부처들은 공교육 분야 지원, 소비자 유상수리 비용 할인 등 상생지원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해관계자인 이통사들은 동의의결안에 찬성하며 차후 애플과의 협의를 통해 계약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제출했다"며 "이통사들은 최종심의에 직접 참석해 제출된 의견이 회사의 공식 입장임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애플 "광고비 투명하게 집행…디벨로퍼 아카데미 등 설립"

이번 일로 애플은 앞으로 이통사들을 대상으로 광고 기금의 적용 대상 중 일부를 제외하고 광고 기금 협의 및 집행단계에서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보증수리 촉진비용과 애플의 임의적인 계약 해지 조항은 삭제키로 했으며, 현행 특허권 라이선스 조항 대신 계약 기간 동안 특허 분쟁을 방지하면서 이통사와 신청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상호적인 메커니즘을 도입키로 했다. 더불어 앞으로는 최소 보조금 수준을 이통사의 요금 할인 금액을 고려해 조정하고 미이행 시 상호 협의 절차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표=공정위]

또 시정방안과는 별도로 애플은 소비자의 후생제고와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 등을 지원하기 위해 1천억 원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키로 했다. 이 중 400억 원은 제조 분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사용키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애플은 현재 일본, 중국, 이스라엘 등에서 R&D 지원센터를 운영 중으로, 한국에 설립하는 센터의 경우 제조업에 특화해서 운영할 예정"이라며 "이곳은 애플과 거래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중소기업이라면 모두 지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애플은 250억 원을 들여 국내에 디벨로퍼 아카데미를 설립해 연간 약 200명의 교육생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을 통해 9개월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 대학 등과도 협업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이 운영하는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현재 이탈리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조업 R&D 지원센터, 디벨로퍼 아카데미 이행점검 시 설문조사 등을 포함한 질적 성과지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애플은 제조업 R&D 지원센터와 디벨로퍼 아카데미의 경우 의결서 송달일로부터 3년이 지난 이후에도 이를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공교육 분야 디지털 기기 지원에도 100억 원을 투자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 기업 등과 협업하고 아동 교육 사각지대, 공공 시설 등에 디지털 교육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제공된 기기가 파손됐을 시에는 2년 동안 무상으로 수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 애플은 250억 원을 투입해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기 전체 수리 등 유상 수리 비용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보험 상품인 애플케어 플러스도 할인해주거나 환급하기로 했다. 아이폰 유상수리 비용과 애플케어 플러스의 할인 및 환급 비용은 평균 각각 30만 원, 20만 원 수준으로, 소비자들에게 인당 2만~3만 원 정도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1년 내에 출연금액 전액 소진 시 프로그램이 종료될 수 있고, 1년 후에도 미사용 기금이 있는 경우 연장 실시할 것"이라며 "아이폰을 수리할 경우 애플의 공인서비스센터뿐만 아니라 이통사가 운영하는 AS센터에서도 동일하게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통신업계 "우월적 지위에 따른 관행 여전…실효성 지켜봐야"

이해당사자인 이동통신 3사는 공정위 애플코리아 시정 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시정방안과 상생방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 절차 개선, 광고 기금 일부 이통사 자율권 부여 등이 시정 안으로 발표됐지만 제조사의 우월적 위치를 이용한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란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시정안이 발표됐지만 관행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통사와 협상 절차를 마련한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업자 간 문제로, 시정안 협상 절차는 절차대로 있고 관행은 이어져 어쩌면 이통사 입장에서는 더 까다로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4일 '애플코리아 동의의결 최종 확정' 관련 브리핑 중인 조상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애플은 앞으로 3년간 자진시정방안을 이행하게 되고, 공정위는 이행감시인을 선정해 반기별로 이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애플이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일당 2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동의의결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정위가 1천억 원에 애플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조 위원장은 "동의의결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동의의결제도는 매우 엄격한 요건과 절차 하에 운영되고 있어 일방적으로 피심인에게 유리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건에서도 수차례 심의를 통해 자진시정 방안이 예상 조치와 균형을 이루는지 그 요건을 엄밀히 살펴 결정을 내렸다"며 "그 과정에서 검찰과 이해관계인도 이견이 없거나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또 조 위원장은 이번 건을 계기로 동의의결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도 동의의결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조 위원장은 "ICT 분야의 경우 시정조치가 늦어지면 변화된 시장여건에 맞지 않거나 시정조치의 실익이 없어질 가능성이 커서 동의의결 제도가 그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며 "장기간의 소송전을 거치는 것보다는 동의의결을 통해 신속하게 거래질서를 개선하고 피해구제를 도모하는 것이 소비자나 거래상대방에게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송혜리기자 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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