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돈을 정부 마음대로?..관치 넘어 '금융 관영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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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상환 유예나 감면을 넘어 은행 등 금융회사에 원금까지 강제로 깎아주도록 하는 법안이 여권에서 제출되면서 금융권이 아연실색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일 코로나19 등 재난 피해자의 대출 원리금 감면을 강제하는 은행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제출했다.
금소법 개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금융소비자가 나서서 신청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은행 등에 원금 감면·상환 유예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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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대원칙 훼손..도덕적 해이 조장할 수도
신용·자금조달 악영향..대출금리 인상 불가피
은행권 "시장경제 부인하는 법안" 아연실색
이자상환 유예나 감면을 넘어 은행 등 금융회사에 원금까지 강제로 깎아주도록 하는 법안이 여권에서 제출되면서 금융권이 아연실색이다. 금융회사는 주주가 투자하거나, 고객이 맡긴 또는 투자자들이 빌려 준 돈을 바탕으로 대출을 하는 데 정부가 이에 개입해 일방의 피해를 강요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헌법 위배 여부에 대한 공방과 함께 사실상의 ‘금융 관영화’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2일 코로나19 등 재난 피해자의 대출 원리금 감면을 강제하는 은행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제출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해당법 30조의3에 재난 피해 사업자의 원금 감면·상환 유예 신청권을 넣는 내용이다. 은행은 조건에 부합하면 의무적으로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금소법 개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금융소비자가 나서서 신청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은행 등에 원금 감면·상환 유예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명령 대상도 은행만이 아닌 모든 금융사가 적용될 수 있으며, 수혜 대상도 사업주나 임대인을 넘어 모든 금융소비자까지 확대했다.
이는 금융위와 여당이 추진 중인 ‘채무조정요청권’을 재난 피해자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형태로 적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채무조정요청권’은 현재 입법예고를 마친 소비자신용법에 규정됐다.
빚을 갚기 어려운 채무자가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이다. 하지만 소신법에서 금융사는 요청을 받으면 재량껏 채무조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제출된 은행법 개정안은 재난 피해자에 대한 채무조정이 재량이 아닌 의무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정책비서관을 역임한 민형배 국회 정무위원이 두 법안의 대표 발의자다. 역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민주당 김승원 의원, 열린우리당 최강욱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김남국 의원 등 율사 출신 의원이 무려 5명이 공동발의한 점도 눈길을 끈다.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는데, 어떤 법적 대응 논리를 펼칠지 관심이다.
은행권은 아연실색이다. 금융의 기본원칙을 훼손할 수 있고, 건전성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수있다는 우려다. 은행 신용도 하락과 이에따른 조달금리 상승이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부담이 가중되는 법안이며 건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건전성 훼손은 은행 예금자의 이자수입 감소나 기존 대출자의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한계기업들은 이자유예와 같은 조치가 취해진다 하더라도 상황이 개선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며 “이런 정책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주가 있는 민간회사에 정부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최근 금융위가 사상 처음으로 은행과 은행지주사에 대해 “순이익의 20%만 배당하라”고 공식화한 데 이어 이익공유제 법안까지 제출되자 코로나19를 빙자한 관치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법안”이라며 “은행의 법적 주인인 주주와 예금자 권리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시행령을 통해 해당 법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적용 수준을 확정해야 한다. 법이 통과될 경우 많은 것들이 금융위에 위임돼 있는 상태인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익공유제 법안은 정치권에서 논의해 추진하는 사안으로 금융위와는 어떠한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라며 “법안을 살펴 적정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이승환·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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