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 약정위반·뇌물 혐의' 전 변호사..2심도 실형

보관하던 약정금 10억원 자금주에 전달
1심 "죄질 좋지 않아"..징역 2년 및 배상
2심 "거액 편취 및 뇌물수수"..징역 4년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약정금 보관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관하고 있던 10억원을 동의 없이 자금주에게 전달해 배임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부장판사 출신 전직 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변호사 한모(63)씨 항소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8500만원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한씨는 배임, 사기 등으로 3개의 1심 판결에서 징역 형량 합계가 5년8개월에 벌금, 추징·배상명령을 선고받았다"며 "항소 이유는 정리돼 양형부당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로서 의뢰인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편취했을 뿐 아니라, 뇌물수수 청탁 명목의 금품수수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나아가 이 사건 범행으로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씨는 반성하고 있고, 피해의 작은 일부가 회복된 점, 다른 사건의 경합범 관계에서 동시에 판결받을 때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씨는 지난 2018년 6월 자금주와 의뢰자에게 각 5억원을 보관하는 '에스크로 약정'을 체결한 뒤, 자금주가 자금표를 작성하지 못했음에도 보관하던 현금 10억원을 자금주에게 전달한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에스크로 약정에서 한씨는 자금주와 의뢰자에게 각 5억원씩 교부받아 일이 성사되거나 성사되지 않을 때까지 10억원을 그대로 보관했어야 했다.

이에 한씨는 두 사람으로부터 총 10억원 상당의 수표 64장을 보관하고 있었지만, 이를 의뢰자 동의 없이 모두 자금주에게 건넨 뒤에 5000만원을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보다 앞서 한씨는 이 사건 자금주와 A씨 사이에 총 2억원의 에스크로 약정을 체결했지만, 당시에도 한씨는 보관 임무를 위배했고 자금주가 2억원 반환을 구하면서 이 사건 에스크로 약정을 체결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한씨는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임에도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위 보관 임무를 위배했다"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외에도 이날 재판에서는 한씨의 부정청탁 뇌물수수, 사기 혐의 등 또 다른 사건들이 병합돼 함께 선고됐다.

한편 한씨는 부장판사를 재직한 뒤 법복을 벗고 변호사 활동을 했지만, 업무상 횡령 및 특경법상 배임 혐의 등 혐의로 여러 차례 비위를 저지르며 결국 영구 제명 처분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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