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 흔적만 남기고..'남산예장자락' 시민 품으로

6국자리 '다크투어' 명소화
5년간 재생사업 5월 오픈

빨간우체통 모양을 띤 ‘메모리얼 홀’ 조감도. 다음달 정식 개관이다. [서울시 제공]

군부독재시설 서슬퍼런 공권력에 의해 인권 유린이 자행됐던 옛 ‘중앙정보국 6국’ 자리가 다크투어리즘의 명소로 거듭난다.

서울시는 ‘남산예장자락’이 5년 여간의 재생사업을 마무리하고 오는 5월 시민 품으로 온전히 돌아온다고 3일 밝혔다.

이 곳은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예장)이 있던 자리지만, 일제강점기에 옛 모습을 잃었고, 군사독재시설엔 중앙정보부가 들어서면서 한 세기 동안 시민 접근이 차단됐다. 시는 2015년 재생사업 계획을 세운 뒤 2016년 설계 확정, 2017년 착공했다.

도시재생을 통해 재구성된 ‘남산예장자락’은 크게 녹지공원과, 녹지공원 하부의 지하공간 등 두 개 공간으로 이뤄졌다.

남산예장자락 상부의 훼손됐던 원형과 녹지경관의 회복을 거쳐 총 1만 3036㎡ 면적이 녹지공원으로 재탄생했다. 녹지공원에는 남산 고유수종인 소나무를 비롯해 18종의 교목 1642그루, 사철나무 외 31종의 관목 6만 2033그루 등 다양한 나무를 심어 경관을 회복했다. 건너편 명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는 서울 야경을 즐기는 명소로 기대된다.

녹지공원으로 진입하는 광장 부근에는 소나무숲인 ‘예장숲’이 생겼다. 애국가 2절에서 따 온 ‘남산 위의 저 소나무’로 이름 붙인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애국가의 한 구절을 나무 이름으로 명명해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자 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전북 고창에서 가져 온 소나무로, 어두운 세월을 이겨낸 민족을 형상화한 듯 곡선 형태의 모습이다.

철거된 옛 ‘중앙정보부 6국’ 자리에는 인권침해의 어두운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 ‘기억6’이 조성됐다. 남산예장자락의 핵심 공간으로, 빨간 우체통 모양의 전시공간 ‘메모리얼 홀’이 자리하고 있다. 지하 1층엔 옛 중앙정보부의 지하고문실을 재현했다. 메모리얼 홀 앞에는 재생사업 과정에서 발굴된 조선총독부 관사 터의 기초 일부인 ‘유구터’를 그대로 보존했다.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설치한 중앙정보부 6국은 학원 사찰과 수사를 담당했는데, 고문수사로 악명높았다. 이 건물은 안기부가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1995년 매입, 이후 서울시청 남산2청사로 사용됐다. 이후 2016년 8월에야 지하를 제외한 지상부가 모두 철거됐다. 건물 철거 당시 콘크리트 잔해와 부서진 기둥은 공원 내 벤치 등으로 활용됐다.

메모리얼 홀은 중앙정보부 6국 증언자들의 인터뷰 등 영상을 재구성한 영상 전시를 다음달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공원 중앙에 있는 보행교를 따라 명동에서 남산공원, 남산한옥마을까지 걸어갈 수 있고, 과거 남산자락에 흘렀던 실개천의 흔적을 되살린 인공실개천 ‘샛자락쉼터’에선 남산의 옛 생태를 기억하며 쉬어갈 수 있다. 과거 차가 달렸던 남산1호터널 입구 지하차도는 2018년부터 ‘보행전용터널’로 변신해 명동역에서 남산예장자락까지 걷는 길로 연결한다.

녹지공원 하부에는 명동 관광객 편의를 위한 버스주차장(총 41면, 면적 8485㎡)이 조성돼 다음달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남산으로 가는 친환경 ‘녹색순환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승장을 함께 운영한다.

하부 한편에는 전 재산을 들여 조국독립에 헌신했던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을 기념하는 공간이 ‘우당 기념관’이 조성 중이다. 막바지 공사 중으로 오는 5월 문을 연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남산예장자락 재생사업은 장소성과 역사성 회복에 중점을 두어 시민들이 휴식하며 아픈역사의 현장을 느끼고 기억할 수 있도록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며 “5월까지 우당 기념관과 기억6의 전시 콘텐츠 제작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 남산예장자락을 온전히 시민 품으로 되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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