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컨셉 박영선 "금태섭도~" VS 우상호 "안철수·김종인·이언주는?"

최형창 2021. 2. 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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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금태섭과 함께 의정활동한 사이
과거 금태섭 "박영선, 큰일 하실 분" 소개하기도
우상호 "냉정해져야. 박영선 그 발언 거두라" 촉구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왼쪽)·우상호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의 막이 오른 가운데 후보 간 ‘금태섭 논쟁’이 불붙었다. 박영선·우상호 후보는 금태섭 후보와 20대 국회 같은당에서 함께 의정활동을 했다. 금 후보의 탈탕으로 이젠 ‘남’이 됐지만, 그에 대한 시각과 입장에 있어서 온도차를 나타냈다. 

◆2012년부터 이어진 인연…‘봄날’ 같은 따뜻한 컨셉의 박영선

박 후보는 지난 2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금 후보를 경쟁자로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금 전 의원과 대화를 하고 싶다”며 “왜냐하면 금 의원이 그동안 당에서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 공격도 많이 받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저희가 그런 것을 우리가 보듬고 가야 하는 품이 넓은 민주당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금 후보와 20대 국회 이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2012년 대선 당시 야권 주자로 급부상한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당 대표) 곁에는 금 후보가 있었다. 이 때 문재인 후보 측에서 단일화 룰 협상을 담당했던 인물이 박 후보다. 우상호 후보는 당시 문 후보의 공보단장이었다.

당시 단일화 협상은 안 후보가 사퇴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후 안 후보가 김한길 대표 체제의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어 이들은 한지붕 생활에 돌입했다. 20대 총선에서 나란히 승전고를 울린 이들은 지역구도 가까운 편이었다. 박 후보는 서울 구로을이 지역구였고, 금 후보는 서울 강서갑이 지역구였다.

박 후보가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할 때에도 금 후보와 우호적인 관계였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서울 곳곳을 누비던 박 후보는 금 후보 지역구였던 강서구 우장산동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금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해 “앞으로 큰 일하실 분이다”라고 소개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의정활동에서도 맥이 닿는 측면이 있었다. 박 후보는 20대 국회 초반인 2016년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해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해 최대 3배까지 배상금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발의했다. 이후 금 후보도 ‘대기업 및 이에 준하는 외국 법인이 타인의 신체나 생명에 피해를 준 경우 매출의 3% 안에서 배상책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비슷한 법안을 발의해 관심을 모았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박 후보는 금 후보에 대한 아쉬움이 인터뷰에서 묻어났다. 특히 박 후보는 출마선언 당시 이해인 시인의 시 ‘봄날 같은 사람’ 구절을 인용하며 “코로나19 고난과 어려움을 뚫고 회복과 재도약의 시간을 맞이하려면 서울의 봄을 위해 봄날 같은 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박 후보는 민주당이 당론(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관련)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고 사실상 찍어낸 금 후보를 품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우상호, 박영선·금태섭과 각 세우기로 ‘친문’ 구애

우 후보도 금 후보와 껄끄러운 사이는 아니었다. 우 후보가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였을 때 금 후보는 민주당 대변인이었다. 원내지도부 일원은 아니지만 당직을 맡으면서 종종 머리를 맞댄 사이다. 또,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우 후보는 원내사령탑으로 대여 협상을 총괄했고, 금 후보는 당 탄핵추진실무추진단의 간사를 맡아 탄핵안 작성을 주도했다. 금 후보는 이후 당 전략기획위원장까지 맡았다.

하지만 박 후보와 경쟁 중인 우 후보는 이젠 각을 확실하게 세웠다. 우 후보는 “금 후보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었으나 21대 총선에서 강선우 의원에게 경선 패배하고 탈당한바 있다”며 “최근 국민의힘 후보, 안 후보와 3자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반문재인 연대’에 참여해 대통령을 흔들겠다는 것인데 이런 후보를 끌어안는 것이 민주당의 ‘품 넓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오른쪽)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장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한때 같은 당 식구여서 끌어안아야 한다면 안 후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언주 부산시장 예비후보도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그들이 우리 당을 떠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과 대척점에 선 순간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우리가 끌어안고 연대해야 할 대상은 열린민주당, 정의당, 시대전환 같은 범진보진영이다. 박 후보가 이 발언을 거두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 후보는 최근 ‘친문’ 성향 당원들에게 열심히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일찍 출마선언을 하면서 당 내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에 다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당 내 경선에서는 당원 표심이 중요하다. 우 후보는 친문 권리 당원들의 마음을 얻으면 일반 여론조사에서 뒤지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친문 권리당원들에게 공수처법 처리 당시 소신대로 기권표를 던진 금 후보는 ‘눈엣가시’다. 우 후보 입장에선 ‘금태섭 논쟁’에 불을 붙이면서 박 후보뿐 아니라 금 후보와 각을 세우는 자신이 민주당 후보로 적임자라는 것을 권리당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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