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어제 발언은 절제된 표현".. 이틀째 반대입장 고수

이정우 기자 2021. 2. 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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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재정 건전성을 놓고 연이틀 여권과 각을 세우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홍 부총리는 3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아 "(어제 발언은 당과) 정부의 이견 사항에 대해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봐 재정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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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왼쪽 손을 이마에 짚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선규 기자

“재난지원금 당정 이견 있는데

확정으로 비칠까봐 글 쓴 것”

與에 반기 이유 밝히며 ‘울먹’

소신 관철할지 백기 들지 관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재정 건전성을 놓고 연이틀 여권과 각을 세우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현안마다 먼저 입장을 드러냈다가 정치권의 압박에 소신을 접었던 이전과 달리 여권의 요구에 대해 재정을 이유로 즉각적이고 강도 높게 반박했다. 8차례의 ‘백기’와 달리 최근 2번의 반기는 표현이나 내용이 예전보다 세졌다. 예산총괄 서기관 출신으로 경제수장까지 오른 홍 부총리가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홍 부총리는 3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아 “(어제 발언은 당과) 정부의 이견 사항에 대해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봐 재정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SNS에서 드린 말씀은 많이 숙고하고 절제되게, 정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떨리는 목소리에 다소 울먹이듯 말하면서도 반대 입장은 고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는 전날 오후 SNS에 “재정 운영상 다다익선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가 중요하고 기본”이라며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오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급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말한 지 불과 4시간여 만이었다.

여권의 압박에 수차례 소신을 접으며 ‘홍두사미’라고까지 불렸던 홍 부총리가 여권의 묻지마식 재정 출혈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은 곳간지기로서 바닥나는 재정 상황의 책임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커 보인다. 특히 반발이 적극적이고 반응 속도도 빨라졌다. 그가 지난달 22일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자영업자 등에 대한 손실보상 법제화에 우려를 표명했을 때 이미 여권을 중심으로 손실보상제에 대한 논의가 불붙은 상황이었다. 그동안 홍 부총리는 여당에서 과감한 확장 재정을 요구할 때마다 며칠간 장고한 후 어려움을 토로하는 데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여권의 요구가 점점 과해지고 있어 재정 여력의 한계치를 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국민에게 지급했던 14조 원 규모의 1차 지원금은 4조 원의 소비 진작 효과를 내는 데 그쳤다.

홍 부총리의 4차 지원금에 대한 우려 표명이 이례적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도 이미 지급 필요성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그가 이번만큼은 직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매번 그랬듯 홍 부총리가 또다시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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